[50플러스]실버 재혼 시장 남녀, 서로에게 원하는 것은…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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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재혼이 크게 늘고 있다. 이혼과 사별 등으로 홀로 된 50대 이후 남녀들이 늘어나면서 긴 여생을 같이 보낼 짝을 찾아 재혼하는 가정이 적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6년 재혼 커플은 전체 결혼 커플의 22.1%여서 5쌍 중 1쌍이 재혼 부부다. 재혼자의 평균 연령은 남성 44.4세, 여성 39.7세로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실버 재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다. 남녀 모두 자녀와 재산 등 고려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실버 재혼에 나선 남녀들이 겪는 문제와 고민을 각각의 처지에서 살펴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소개한다.》

男 “경제력만 따지고 자녀문제 있는 女 어쩐지 정이 안가”

女 “결혼후 파경 불안 재력-포용력 중요 신뢰감이 첫 조건”

지난해 상처한 이영식(가명·61·자영업·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씨는 요즘 재혼을 위해 선을 보고 있다. 자녀는 1남 2녀로 장녀는 이미 결혼을 했고 차녀(30) 아들(28)과 같이 살고 있다.

그는 자녀들이 직장을 가져 이미 독립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여생을 독신으로 산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재혼을 결심하게 됐다. 이 씨는 친지와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선을 보면서 재혼이 생각보다 만만찮은 일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학벌과 월수입 등을 고려해서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의 여성에서 짝을 찾았다. 지금까지 수십 명의 여성과 선을 봤다. 이들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었지만 결국 재혼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 씨는 짝을 찾는 과정에서 본 여성을 크게 3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첫째, 상대 여성이 자녀를 데리고 있는 경우. 이 경우는 자신의 자녀들이 완강히 반대해 애당초 결혼이 성립되기 어려웠다. 호적이나 상속문제, 그리고 두 집 자녀의 부양문제 등 복잡한 사정이 많이 걸려 있기 때문에 상대 여성이 비록 마음에 들었더라도 처음부터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 결혼 경험이 없는 50대 초반 이전의 여성. 재혼을 방해하는 걸림돌이 없어 비교적 쉽게 풀려나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의외로 난관이 적지 않았다. 상대 여성들이 같이 여생을 함께하기가 피곤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이 씨 스스로 포기해 버리고 만 경우가 대다수였다는 것이다. “용모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거의 예외 없이 공주병에 걸려 있는 것 같았다”는 게 이 씨의 말이다.

셋째, 부양 자녀가 없는 50대 중반의 여성. 이 연령대의 여성들은 상대에 대한 배려심도 있어 이 씨에게 적합한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이 씨 자신이 문제였다. 가급적 폐경 전의 여성과 결혼을 하고 싶은 자신의 고집 때문이다. “자녀를 낳겠다는 것이 아니라 재혼 초기의 정서적 육체적 화합을 생각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대학교수인 김성길(가명·58·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씨는 20년 전 아내와 사별하고 그동안 4남매를 혼자 키워 왔다. 자녀들이 독립하자 그는 재혼을 결심하고 지난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 그동안 그가 만난 여성은 7명. 상대의 나이는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으로 교수, 의사, 교사 등 직업을 가진 여성들과 주로 선을 봤다.

김 씨는 “예상은 했지만 그 나이 또래의 재혼 희망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경제력”이라며 “여자들이 자신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느냐는 것에 관심을 갖더라”고 말했다. 그는 “대다수 여성들이 자신의 재산과 월수입은 당연히 자기 것이고 남자의 재산으로 여생을 편하게 보내고 싶어 하며 이를 보장하라는 식이어서 정이 안 가더라”고 말했다.

반면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재혼 시장에 나온 남성들이 여성을 배려하고 상대에게 신뢰와 안정감을 주기보다는 너무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무용학원을 경영하는 김말희(가명·48) 씨는 지난해 10월 유명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해 그동안 9명의 남성과 선을 봤다. 김 씨는 남편의 외도로 3년 전 이혼했으며 하나 있는 아들(23)은 전 남편과 살고 있고 자신은 친정에서 지내고 있다. 김 씨는 유럽에서 유학했으며 미모도 빼어나 재혼시장에서는 비교적 조건이 좋은 편에 속한다.

그는 재혼하려는 여성들은 결혼이 또다시 파경에 이르는 것에 대해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정도의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엇보다 신뢰감이 가고 자신을 이해하고 포용해 줄 남성을 찾게 된다는 것. 김 씨는 재혼 희망 여성들이 남성의 경제력을 중요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그 다음으로 성격과 포용력을 고려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자신이 선을 본 남성을 크게 4가지 범주로 나눠 설명했다.

첫째, 속전속결형. 처음부터 노골적으로 접근하면서 여성과 성급하게 성적 접촉을 원하는 남성의 유형이다.

둘째, 자화자찬형. 재력이 있는 점 등 이른바 조건이 좋은 편에 속하는 남성 중에서 이런 형이 많다. 은근히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고 지나치게 자신감을 표시하며 여성을 낮추어 보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남성들이다.

셋째, 장밋빛 미래설계형. 현재 갖추고 있는 것은 별로 없으면서 미래에 대해 그럴듯하게 말하는 남성이다. 재혼시장에서 남성의 현재 재산 정도나 사회적 입지가 안정적이지 않으면 미래에 대해서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 김 씨의 지적이다.

넷째, 소심형. 성격도 좋고 조건도 좋지만 너무 소극적이어서 여생을 맡기기에 안심이 안 되는 남성이다.

박미숙(가명·60·경기 안산시) 씨는 남편과 5년 전 사별하고 남매인 자녀가 모두 결혼했다. 그는 혼자서 사는 것이 점차 싫어져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 박 씨가 그동안 만난 사람은 두 명의 60대 초반 남성과 두 명의 70대 초반 남성 등 모두 4명이다.

박 씨는 재산이 있고 조건이 좋았던 남성은 더 젊거나 미모가 있는 여성을 찾는다는 인상을 받았으며 같이 여생을 보낼 만큼의 재산이 없는 남성에 대해서는 자신이 결심하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동우 사회복지 전문기자 forum@donga.com

■ 재혼 시장 트렌드

40대 중반 이후 男목소리 더커 “살아보고 결혼” 동거도 늘어나

재혼 전문 결혼정보회사인 ‘행복출발’의 커플매니저인 이소민(43·여) 씨는 “재혼 맞선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남녀 모두 상대에 대해 재혼 대상자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말벗이나 친구로 사귀어 보겠다는 자세를 가져야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고 충고했다.

그는 “나이가 많을수록 상대가 마음에 들더라도 서둘러 결심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귀어 본 뒤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교제 기간이 길어질수록 재혼 후 파경에 이를 가능성이 그만큼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 씨는 재혼시장에서 30대는 남성이 여성보다 6.5 대 3.5의 비율로 많지만 40대는 비슷하고 50대에 들어서면 남녀 비율이 3.5 대 6.5로 역전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40대 후반 이후 여성들이 너무 자기 위주로 생각하면서 남자에게서 받기만 하려는 태도를 가지면 좋은 반려자를 만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특히 여성들은 40대 중반 이후로 갈수록 경제력이나 소득이 점차 줄어드는 반면 남성들은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남성의 선택 폭은 30대 여성에서 50대 여성까지로 넓어진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실버 재혼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안현정(57) 씨는 최근 실버 재혼 회원이 해마다 25%씩이나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안 씨는 사실상 혼인 관계인 동거에 들어가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실버 회원의 재혼 성공률은 45%에 이른다고 밝혔다. 30% 정도는 정식 결혼을 하며 15%는 사실혼 관계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안 씨는 동거 시에는 헤어지게 될 때의 보상을 명시하는 서면 계약을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정동우 사회복지 전문기자 foru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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