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룡 포털’의 害惡을 걱정하는 이유

  • 입력 2007년 5월 17일 03시 00분


인터넷의 관문(關門) 역할을 하는 포털이 거대 권력으로 등장했다. 구글, 야후 등 세계적인 포털은 검색 기능 위주로 운용하고 다른 서비스는 부가적 기능이다. 구글에 접속하면 단지 검색 창만 뜬다. 이와는 달리 한국의 포털은 부가적 기능이 주력 사업이 되다시피 하고 본연의 기능인 검색 기술 및 서비스 개발에는 소홀하다.

한국의 포털은 게임, 보험, 여행, 부동산중개 등 80여 개의 사업을 벌인다. 여기에 100여 개 언론사에서 하루 8000여 건의 기사를 헐값에 사들여 독자적으로 편집하는 언론 기능도 하고 있다. 이처럼 문어발 사업에다 사실상 언론 기능까지 하면서도 정작 이에 따르는 사회적 책임과 규제는 피해 나간다. 법률상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에서는 최근 음란물 동영상 노출 사고가 터졌다. 주로 청소년들이 포털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던지는 파장이 컸다. 이런 대형사고를 겪고서도 손수제작물(UCC) 코너에 대한 여과장치와 성인 인증 절차는 여전히 허술하다.

초등학생의 숙제와 대학생의 리포트 자료를 제공하는 기능도 부작용이 심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하는 창의적 학습을 저해하고 표절에 대한 윤리의식을 흐려 놓는다. 리포트용 자료라고 분류된 유료 콘텐츠가 포털에서 활개를 친다.

포털은 우월적 힘을 무기로 각종 콘텐츠를 빨아들여 거대한 공룡이 돼 가고 있다. 콘텐츠 업계는 포털의 시장지배력에 눌려 적절한 이익을 내지 못하고 고사(枯死) 직전의 상황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포털의 불공정 거래를 막아야 할 공정거래위원회와 통신위원회는 방관적 자세를 보인다. 신문의 무가지와 경품에 대해서는 현상금까지 걸고 이 잡듯 뒤지는 공정거래위가 포털에 대해 유달리 관대한 것은 ‘신문 죽이기’ 언론정책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권도 선거를 의식해 포털의 해악(害惡)을 제도적으로 줄일 수 있는 입법에 소극적이다. 정치권과 정부의 태도는 공룡집단의 횡포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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