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 신예의 패기

  • 입력 2007년 4월 12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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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패 뒤 1승.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게 뉴스가 되는 이창호 9단이 신예 도전자를 맞아 한 판 이기기가 이토록 힘들 줄 몰랐다. 도전 무대에 처음 올라온 상대였기에 가볍게 방어하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첫 판부터 어이없는 착각으로 선취점을 내주더니 두 번째 판은 반 집 이길 판을 거꾸로 반 집 졌다. 실력대로 가는 게 승부라지만 이상하게 안 될 때가 있다. 이 국수에게는 이번 도전기가 그렇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하면 산전수전 다 겪은 이 국수가 페이스를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신예 도전자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말해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3월 16일 한국기원 특별대국실. 1월 10일 시작한 도전기가 어느새 두 달을 넘겼다. 중국 우한에서 도전 3국을 마치고 나흘 만에 다시 마주앉았다. 2 대 2가 되면 사흘 뒤 최종국이 잡혀 있다. 도전기가 막바지에 이르러 속도를 내고 있다. 흑 11까지 반상의 착점도 빠르게 진행됐다.

흑 11은 ‘가’로 전개하는 게 정석이나 지금 모양에서는 이 수가 균형을 잡는다. 한 칸 더 벌린 만큼 허점도 크지만 대신 백은 ‘나’나 ‘다’로 좌변에 뛰어들기가 곤란해졌다. 인터넷 중계를 하던 안조영 9단이 호기심 가득 찬 표정을 짓는다. “최근에 보기 힘든 진행이다. 흑 11까지는 예전에 유창혁 9단이 즐겨 사용했던 포석인데, 백 12는 못 보던 수다.”

새로운 수를 구사할 때는 많은 시간을 들이는 게 보통인데 윤준상 4단은 이미 연구해 뒀다는 듯 빠르게 착점했다. 도전 2국 때도 그렇고 뭔가 새로운 수로 국수를 괴롭히고 있는 도전자다. 이런 게 신예의 패기일까.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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