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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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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51회 ‘신문의 날’(7일)을 맞아 다음 주는 신문주간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동아일보의 생일과 신문의 날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러나 축제 무드에 마냥 젖어 있기에는 오늘날 언론 환경은 너무도 엄혹하다.
정부 압박-매체 경쟁 우울한 환경
언론(journalism)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우울한 평가는 한국만의 사정도 아니고, 신문 매체에만 국한된 일도 아니다. TV 뉴스의 시청자 이탈도 아주 심각하다. 위기의 요인을 살펴보면, 시장 경쟁이 격렬해지면서 상업주의가 만연해 보나마나한 흥미 위주의 뉴스가 넘쳐나고, 언론 보도에 대한 독자와 시청자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고, 인터넷을 비롯한 새 매체가 뉴스 시장을 크게 잠식하고, 공공 문제에 대한 수용자의 관심이 떨어져 뉴스 수요가 크게 감퇴한 것을 지적할 수 있다.
여기에 한국의 경우에는 무능한 정치권력이 언론을 장악하기 위해 법적 정치적 경제적 압박을 끊임없이 가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어용 시민단체와 공조해 비판 언론의 명예를 헐뜯고,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의제 설정 및 의미 해석을 둘러싼 헤게모니 투쟁의 장으로 변모하는 현상을 추가할 수 있다.
정치권력의 말기적 버둥댐은 곧 끝난다고 볼 때, 나는 위의 요인들 가운데서도 수용자, 특히 젊은 세대의 공공 문제에 대한 관심 저하와 뉴스 수요의 감퇴가 언론 위기의 가장 심각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뉴스에서의 도피는 바로 민주사회의 주인으로서 시민 역할의 포기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뉴스를 읽지 않고 보지 않는 것을 자랑삼아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느 정도 시민 의식을 갖추고 뉴스를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조차도 부정적이고 선정적이며 자신들의 생활과 동떨어진 뉴스 내용에 좌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뉴스 도피는 단순히 언론만의 문제가 아니다. 질 높은 민주주의가 의존하고 있는 공공 문제에 관한 지식과 정보로 무장되고 건전한 비판 의식을 갖춘 식견 있는 시민(informed citizen) 형성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우리가 힘겹게 성취한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공공 문제에 관한 식견을 갖추지 못한 대중은 선동적 포퓰리즘의 좋은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 저널리즘이 직면한 도전과 응전에 관한 연구들을 종합하면 성공한 언론은 사회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서도 동시에 언론의 기본 역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사회에서 언론의 기본 역할은 독자의 정보 욕구와 깊이 관련되어 있다.
독자 신뢰 얻는 언론만이 살아남아
독자는 크게 두 가지 성격이 혼합된 주체다. 하나는 시민으로서 독자고, 다른 하나는 생활인으로서 독자다. 언론의 기본 역할은 먼저 생활인으로서 독자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 독자들이 생활을 영위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양한 생활 정보를 발굴해서 피부에 와 닿게 제공해야 한다.
다음으로 시민으로서 독자를 위해 언론은 환경 감시, 특히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을 위한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하며, 사회 갈등을 공정하게 보도함으로써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는 담론적 실천을 통해 국민 통합에 이바지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알 권리이고 언론의 존재 조건은 국민의 알 권리를 대행하는 데 있다.
독자 없는 신문이 존재할 수 없다고 볼 때, 어려운 환경 속에서 동아일보를 비롯한 한국의 신문이 살아갈 길은 독자의 신뢰를 얻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신뢰는 역시 독자의 관심사에 대한 정확하고 공정한 정보와 엄정한 비판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새기자.
이민웅 한양대 교수 신문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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