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

  • 입력 2007년 3월 31일 0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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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홀로 앉아 금(琴)을 타고/이지양 지음/328쪽·1만5000원·샘터

조선시대 십이가사의 하나인 ‘춘면곡(春眠曲)’을 보자.

‘덜 익은 술을 두세 잔 먹은 후/호탕하여 미친 듯 일어나는 흥, 부질없이 자아내어/흰 말에 금 채찍으로 야유원을 찾아가니/…/초록 저고리 붉은 치마 미인/깁이 드리운 창을 반쯤 열고/옥 같은 얼굴 잠깐 들어/웃는 듯 반기는 듯.’

멋지게 도포를 차려입은 앳된 서생이 부모 몰래 술집 앞에 서성이면서 기생을 기다리는 모습. ‘그녀와 놀고 싶은 봄날의 꿈’이란 뜻의 제목 분위기 그대로다. 저자는 연예인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요즘 청소년들과 비교한다. 그 덕분에 옛 음악이 좀 더 편안하게 다가온다.

옛글에 기록된 선인들의 음악 문화, 18세기 음악가, 봉황곡 춘면곡 대취타 짝타령 회심곡 길군악 배따라기와 같은 옛 음악의 내력과 특징 등을 소개했다.

한겨울 청계천 수표교에서 악기 연주를 즐겼던 연암 박지원의 이야기, 악기 연주 장면을 즐겨 그렸던 단원 김홍도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옛사람들의 음악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18세기 인기 작곡가로 이름을 날렸던 김성기, 해금 연주의 독보적 존재였던 유우춘, 가야금에 미쳐 장가도 못 간 민득량 등 조선시대 음악가들에 관한 내용도 흥미롭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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