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미술품 컬렉션으로의 초대

  • 입력 2007년 3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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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한 고미술 화랑에 전시 중인 전통 도자기들. 김재명 기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한 고미술 화랑에 전시 중인 전통 도자기들. 김재명 기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고미술 상점. 고미술품과 문화재 컬렉션을 시작하려면 먼저 박물관을 자주 찾아 안목을 키운 뒤 직접 고미술 화랑이나 상점을 찾아다니며 실물을 접해 봐야 한다. 입문자들이 찾아가 볼 만한 대표적인 고미술 시장은 서울 답십리동 일대에 몰려 있다. 이곳은 도자기 고가구 민예품 등 다양한 고미술품을 장르별로 잘 나누어 판매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고미술 상점. 고미술품과 문화재 컬렉션을 시작하려면 먼저 박물관을 자주 찾아 안목을 키운 뒤 직접 고미술 화랑이나 상점을 찾아다니며 실물을 접해 봐야 한다. 입문자들이 찾아가 볼 만한 대표적인 고미술 시장은 서울 답십리동 일대에 몰려 있다. 이곳은 도자기 고가구 민예품 등 다양한 고미술품을 장르별로 잘 나누어 판매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고미술 상점. 인사동의 경우, 도자기 서화 등 전문 고미술 화랑도 있지만 최근에 제작한 전통 공예품도 많이 들어와 있는 편이다. 홍진환 기자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있는 고미술 상점. 인사동의 경우, 도자기 서화 등 전문 고미술 화랑도 있지만 최근에 제작한 전통 공예품도 많이 들어와 있는 편이다. 홍진환 기자
서울옥션이나 K옥션과 같은 유명 경매업체의 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경매장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직접 응찰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조금씩 컬렉션의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장 안내 데스크에서 출품작 목록을 눈여겨보면서 낙찰 진행 상황 등 경매의 매력을 만끽하는 사람들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서울옥션이나 K옥션과 같은 유명 경매업체의 경매가 열리는 날이면 경매장은 수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직접 응찰하는 사람은 물론이고 드라마틱한 분위기를 즐기면서 조금씩 컬렉션의 길로 접어들고자 하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경매장 안내 데스크에서 출품작 목록을 눈여겨보면서 낙찰 진행 상황 등 경매의 매력을 만끽하는 사람들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고려청자… 겸재 정선… 박수근…

그 이름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이 움직인다

그래서일까? 미술품 경매에 돈이 몰린다

수십억 원대 낙찰이 속출하고 서울 인사동으로 장안동으로 나만의 명작을 찾는 발길도 줄을 잇는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고 돈이 되는 미술품 컬렉션의 세계로 초대한다》

2001년 4월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 7억 원 낙찰, 2004년 12월 고려 ‘청자상감 매화 대나무 새 무늬 매병’ 10억9000만 원 낙찰, 2006년 2월 ‘백자철화 구름용무늬 항아리’ 16억2000만 원 낙찰(이상 서울옥션 경매), 2007년 3월 박수근(1914∼1965)의 유화 ‘시장의 여인들’ 25억 원 낙찰(K옥션 경매).

최근 들어 국내 미술품 경매에서 최고가 신기록 경신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박수근의 작품 낙찰가를 보면 가히 경이로울 정도다.

2001년 9월 ‘앉아 있는 여인’ 4억6000만 원, 2002년 3월 ‘초가’ 4억7500만 원, 같은 해 5월 ‘아이 업은 소녀’ 5억500만 원, 2005년 1월 ‘노상’ 5억2000만 원(이상 서울옥션), 2005년 11월 ‘나무와 사람들’ 7억1000만 원(K옥션), 2005년 12월 ‘시장의 여인’ 9억 원(서울옥션 ), 2006년 12월 또 다른 ‘노상’ 10억4000만 원(K옥션). 그리곤 급기야 2007년 3월 25억 원(K옥션)까지 치솟았다.

어디 이뿐인가. 2004년 6월 TV 프로그램 ‘진품명품’에서는 고려 청자 장구가 실제 거래된 것은 아니지만 12억 원의 감정가를 받기도 했다. 세인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기록들이다. 미술품을 투자 대상으로 생각하는 경향도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고미술품과 같은 문화재나 현대 미술품 수집(컬렉션)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누군가는 미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누군가는 투자의 대상으로 작품을 수집한다. 또한 수집의 마력에 빠져들어 그 행위 자체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 목적이 어떻든 미술품을 제대로 수집하려면 미술에 대한 애정과 어느 정도의 안목이 필요하다. 예술품은 작가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감상자와 소장자(컬렉터)에 의해 다시 태어난다. 작가 개인의 영역을 넘어 세상과 소통하는 중요한 통로가 컬렉션이다. 따라서 미술품 컬렉션은 한 개인의 재산 목록 축적에 그쳐선 곤란하다. 그것은 작가에 대한 일종의 후원이어야 하고 당대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토대가 되어야 한다.

▼ 미술품컬렉션 가이드 1 ― 고미술과 문화재▼

오랫동안 미술품을 수집해 온 사람이나 미술 전문가들이야 미술을 보는 안목을 갖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에게 미술품 컬렉션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컬렉션 입문자들이 꼭 명심할 일이 있다. 서두르지 말 것, 작품을 감상하고 즐기면서 안목을 길러 나갈 것, 지나치게 투자만을 생각하다간 낭패 보기 십상이라는 점.

〈1〉발품을 팔아 명품을 감상하라

박물관 미술관을 자주 찾아야 한다. 즐거운 마음으로 전시를 눈여겨보되 가짜가 아닌, 공인된 명품을 많이 보면서 안목을 키워야 한다. 가짜나 수준이 낮은 작품을 먼저 보게 되면 눈을 버리고 만다. 믿을 만한 박물관 미술관의 소장품 도록을 살펴보고 관련 문화강좌를 열심히 수강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발품을 팔고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말이다.

문화재에 익숙해지면 미술품 경매장을 찾아보는 것도 유익하다. 전시 중인 출품작들을 보고 나름대로 가격을 매겨 본 뒤 낙찰가와 비교해 보면 가격에 대한 이해가 높아질 것이다.

고미술 화랑을 찾아가 고미술상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들으며 친분을 쌓아 진심 어린 조언을 들을 수 있는 인간관계를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

〈2〉자신만의 취향을 찾아내라

고미술품과 문화재를 자꾸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끌리는 장르가 생긴다. 전문가들은 가능하면 자신의 취향에 맞게 테마를 정해 한 점씩 수집하는 것이 무난하다고 조언한다.

도자기의 경우, 청자나 백자도 그 종류가 많기 때문에 상감으로 무늬를 새긴 상감청자나 무늬가 없는 순청자 또는 병이나 연적 등 관심이 가는 하나를 정한 뒤 그 분야를 집중 수집하는 것이 안목과 애정을 키우는 데 효과적이다. 처음에 도자기 한 점만 집에 사다 놓으면 좀 썰렁해 보일 수도 있지만 몇 점 더 구입해 진열해 놓으면 그 자체로 작은 박물관과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3〉처음엔 무리하지 말고 근대서화에 초점을

고미술 명품은 서울 강남의 아파트 한 채 값보다도 비싸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 먹을 필요는 없다. 몇 만 원짜리도 많이 있고 100만∼200만 원이면 그런 대로 괜찮은 것을 구입할 수 있다.

옛 그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100만∼200만 원 으로 19세기 말∼20세기 초 근대기의 문인화, 사군자화, 화조화 소품을 구입하면 좋다.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공화랑의 공창호 대표는 “처음엔 무리하지 말고 근대 서화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다”면서 “필체가 좋은 김옥균의 명품도 300만 원 정도면 무난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 청자와 조선 분청사기의 대접이나 필통은 수십만 원부터 100만∼300만 원이면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석고당의 안영애 대표는 “귀동냥보다는 화랑을 찾아 직접 보고 만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두 개 사서 집에다 놓고 쓰다듬어 보면 애정과 안목이 생긴다”고 강조했다.

최근엔 고가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통 고가구는 세련된 조형미와 높은 품격으로 어느 공간에나 잘 어울린다.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고가구는 20세기 초에 만든 것들. 서류함과 소품은 100만∼150만 원이면 구입 가능하다. 장롱이나 서안(書案)도 200만 원 선에서 괜찮은 것을 찾아낼 수 있다.

고가구는 다른 고미술품에 비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실용품이란 특징이 있다. 그래서인지 시장에서 값이 올라도 이를 다시 내놓는 소장가들이 별로 없어 18세기 이전 것은 귀한 편이다. 석고당의 안 대표는 “최근 경기가 안 좋아 가격이 좀 떨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요즘이 고가구 구입의 적기”라고 귀띔했다.

〈4〉너무 싼 것은 경계하라

싼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마음이 끌리는 작품이 있을 때,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가격이 너무 싸면 일단 경계할 필요가 있다. 가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보기에 좋아도 값이 싸면 무조건 포기하라”는 것이 정설이다. 시장에 비슷한 도자기가 여러 점 있다고 할 때, 유독 값이 싼 것이 있다면 그건 의심해 보아야 한다. 고가구의 경우, 100만 원 이하짜리가 있다면 그건 최근에 수리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나치게 값을 깎으려다 좋은 물건을 놓쳐 나중에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도 관계자들의 공통된 조언. 하지만 주둥이가 부서져 값이 싼 도자기는 과감하게 구입해도 좋다. 잘 수리하면 색다른 아름다움이 묻어날 수 있다. 수리한 흔적도 세월이 지나면 그 자체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게 된다.

〈5〉가짜란 의심이 가면 과감히 포기하라

고미술품 수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은 진위의 확인 작업이다. 전문가와 고미술상도 속아 넘어가는 가짜들이 많이 나돌기 때문이다. 1990년대 이후 북한에서 만든 도자기와 불상이 중국을 통해 많이 들어왔고 요즘엔 북한의 최근 가구가 들어와 고가구 행세를 하고 있다.

컬렉션 입문자들이 가짜를 확인하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따라서 명품 감상을 통해 나름대로 안목을 키운 뒤, 느낌이 좋지 않으면 아예 구입하지 않는 게 좋다. 초보자의 경우, 그림을 수집할 때 낙관(작가의 도장이나 서명)이 없는 작품은 구입을 삼가는 것이 좋다.

공화랑의 공 대표가 말하는 가짜 금속공예품 판별법.

“최근에 만든 가짜 금속공예품은 표면을 부식시키기 위해 화학약품 처리를 한다. 진짜를 물 속에 집어넣으면 부식 표면으로 서서히 물이 빨려 들어가는데 가짜는 화학약품 때문에 물이 스며들지 않고 겉돈다. 탈지면을 올려놓고 불을 붙이면 진짜는 솜만 타는데 가짜는 화학약품이 함께 타면서 불꽃이 파랗게 변한다.”

하지만 이런 감별법이 하루 아침에 생길 수 없다. 고미술상과 믿을 수 있는 관계를 유지해 그들의 노하우를 조금씩 전수받는 것도 바람직하다.

글=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 미술품컬렉션 가이드 2 ― 현대 미술과 사진▼

고미술과 마찬가지로 현대 미술 컬렉션 역시 기본 요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서두르지 말 것, 발품을 팔아 명품을 직접 감상하고 즐기면서 안목을 키울 것,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나 테마를 찾아내 수집을 시작할 것.

〈1〉작품의 장래성에 주목하라

고미술은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그 가치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대 미술은 타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생존해 있는 작가의 작품들이어서 시간이 흐르면서 그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장래성이 높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장래성의 기준은 당연히 작가와 작품의 독창성과 예술성. 자신이 없는 초보자라면 믿을 만한 미술관의 도록이나 포스터에 실린 작품, 유명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다.

K옥션의 김순응 대표는 여기에 “가격이 막 오르기 시작한 작품, 작가가 팔지 않으려고 하는 작품을 사도록 노력하라”고 덧붙였다. 모두 장래성이 높거나 좋은 작품이라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2〉시대의 유행이나 사람들의 정서도 고려하자

서울옥션의 박혜경 경매팀장은 “시대적 미감을 잘 파악하라”고 조언했다. 요즘엔 난해하지 않은 편안한 그림, 꽃이나 풍경처럼 대중적 일상적 소재를 밝고 경쾌하게 표현한 그림을 선호한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적 미감이나 유행을 무시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박 팀장은 그러나 “작품의 인기나 유행도 사이클이 있기 때문에 그 변화 과정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순응 대표의 조언도 흥미롭다. 초상화는 대개 남자보다는 여자를 그린 것이, 늙거나 못생긴 여자보다는 젊고 예쁜 여자를 그린 것이 비싸다. 누드는 흐트러진 자세보다는 다소곳한 자세를 선호한다. “모두 한국인의 정서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3〉첫 컬렉션은 한 달치 월급으로

김 대표는 “동서양 미술시장 역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거장이 미술 시장에서 막 인정받기 시작할 무렵의 보통 사이즈 작품 한 점 값이 당대 일반인의 한 달 월급 수준이었다”면서 “자신의 한 달 월급 수준의 작품을 구입하라”고 권한다. 금액이 너무 크면 짐이 되고 너무 적으면 진지해지지 않기 때문에 이 정도가 가장 적당하다는 말이다.

박 팀장은 “초보자의 경우 돈이나 안목 등에서 자신이 없으면 클럽 등을 구성해 간접투자를 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4〉사진은 1000달러 짜리부터 시작하자

요즘 사진 열기가 뜨겁다. 사진 수집은 신진 작가와 유명 작가의 작품으로 나누어 수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영섭 갤러리의 최유진 학예연구실장은 “젊은 신진 작가의 작품의 경우 연작(세트)으로 구입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신진 작가 사진은 비교적 가격이 낮기 때문에 세트로 사도 부담이 없는 데다 많이 구입하면 그 작가가 성장하면서 작품 가격도 올라가고 그로 인해 자신의 소장품 역시 값이 올라간다는 말이다. 이에 반해 유명 작가의 사진은 한 점 한 점 구입하는 것이 좋다.

최 실장은 또 “초보자의 경우 1000달러(약 94만 원) 선에서 컬렉션을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외국 사진 시장에서 신진 작가가 프로로 데뷔할 때의 작품 가격이 대부분 1000달러이기 때문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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