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孫빠지니 李, 朴둘이 또 競選룰 싸움인가

  • 입력 2007년 3월 25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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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가 ‘8월 21일까지-선거인단 20만 명’을 골자로 하는 경선 원칙에 합의한 지 열흘도 안 돼 경선 룰을 놓고 또 맞붙었다. 이번엔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의 유효표 계산 방식이 문제가 됐다.

이 씨 측은 전체 선거인단 20만 명 중 여론조사를 하게 돼 있는 4만 명(20%)을 지지율에 따라 나누자고 하며, 박 씨 측은 현행 당헌 당규대로 거기에 실제 선거인단 투표율을 적용해 나온 결과만을 반영하자고 한다. 주요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는 이 씨 측은 여론조사의 표차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4만 명이라는 정수(定數) 방식을, 박 씨는 그런 불리함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정률(定率) 방식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경선 결과를 좌우할 수도 있기 때문인지, 두 주자 진영은 ‘절대 양보 불가’를 외치고 있다.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선 ‘손학규 탈당’이란 대가까지 치러 가며 어렵게 합의한 경선 룰이 다시 휴지 조각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눈 뜨고 봐 주기 어려운 아전인수(我田引水)요, 이전투구(泥田鬪狗)다. 저잣거리 노름판도 아니고 명색이 대통령 후보를 뽑는 룰을 정한다면서 양보와 타협의 미덕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다.

손 씨의 탈당으로 국민이 한나라당 경선에 상심(傷心)한 게 불과 엊그제다. 손 씨의 위선적 정치행태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국민은 이번에야말로 세(勢)의 유불리를 넘어선 ‘아름다운 경선’을 보고 싶어 했지만 실망만 하고 말았다.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다시 싸움판을 벌이니, 결국 둘 중 한 사람이 당을 떠나야 끝날 싸움인가.

강재섭 대표도 “차라리 내가 절에 들어가고 말겠다”는 공허한 소리만 할 게 아니라 선거 관리를 맡은 당 대표답게 좀 더 결연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속에서 ‘경선도 제대로 못 치르는 정당을 어떻게 믿고 대권을 맡기겠는가’라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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