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막내린 드라마 ‘주몽’ 주인공 송일국 씨

  • 입력 2007년 3월 7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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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주몽’을 끝낸 송일국 씨는 “외신 기자를 만나면 ‘코리아’란 나라 이름이 고려에서 생겼고, 고려는 고구려의 뒤를 이었기 때문에 고구려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드라마 ‘주몽’을 끝낸 송일국 씨는 “외신 기자를 만나면 ‘코리아’란 나라 이름이 고려에서 생겼고, 고려는 고구려의 뒤를 이었기 때문에 고구려는 한국인의 자존심이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조만간 동명왕릉(북한이 ‘주몽의 묘’라고 주장하는 유적)을 보러 갈 예정입니다. 그 앞에 서면 부끄럽기도 할 것 같지만…. 그 위대한 영웅을 잘 표현해 냈는지, 그분의 무덤 앞에서 떳떳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말입니다.”

6일 81회로 막을 내린 MBC 드라마 ‘주몽’(극본 최완규 정형수·연출 이주환 김근홍)의 주인공 송일국(36) 씨는 “주몽을 찬찬히 되새겨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 시작한 드라마 ‘주몽’은 첫 회 16.3%의 시청률(TNS미디어)을 기록한 뒤 상승세를 타면서 1월 30일 시청률 50%를 넘었다. 평균 시청률은 40.2%.

제작비 200여억 원에 투입된 엑스트라만 3만여 명에 이른다. 하지만 제작진은 “스케일보다 송일국의 집중력과 성실함이 드라마 성공의 밑바탕”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촬영을 마친 그를 6일 서울 여의도 MBC 본사에서 만났다.

―‘주몽’에 시청자들이 열광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다뤄진 적 없는 고구려를 주제로 한 게 성공의 요인인 것 같아요. 대조영, 연개소문도 나왔지만 주몽은 고구려의 시작이고 드라마 주몽은 고구려 드라마의 출발점입니다. 역사를 알아 가는 과정에도 재미를 준 것 같습니다. 여기에 동북공정 문제도 겹쳤고….”

―10개월 동안 열흘도 못 쉴 정도였다는데, 주몽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었나.

“나약하고 철없는 왕자 주몽이 생부가 누구인지 알게 되고 고구려를 건국하는 영웅으로 커 갑니다. 그 과정에서 겪는 주몽의 내면적 변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웅이기 이전에 한 명의 고구려 사람이 겪는 인간적인 고뇌에 다가가려고 했어요. 미흡했는데도 보는 분들이 몰입해 주신 것 같습니다.”

―주몽을 연기하며 어떤 점을 느꼈나.

“성취감이 대단했습니다. 주몽 역할을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 고구려 독립을 위해 주먹을 쥐고 연설을 하면 전율이 일었죠. 그럴 때마다 옛날 할아버지(김좌진 장군) 생각이 났어요. ‘할아버지도 이런 기분이었겠구나’ 하고…. 할아버지는 실제로 나라를 되찾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을 생각하니…. 희열을 느꼈습니다. 몸은 너무 힘든데도 더 힘이 났어요.”

송 씨는 독립운동가 김좌진 장군의 외증손이자 ‘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외손이다. “처음부터 소망했던 것은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성공한 것 같아요. 중국의 동북공정도 우리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고 드라마를 통해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환기되길 바랐습니다. 제가 김좌진 장군 기념 사업회 일로 중국에 자주 가는데 중국 정부가 고구려 관련 흔적들을 갈아엎은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습니다.”

‘주몽’은 ‘연개소문’(SBS) ‘대조영’(KBS) 등과 더불어 고구려 자체를 문화 트렌드로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이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고대사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졌고 고구려 관련 서적 등이 다량 출간됐다. 고구려의 상징인 삼족오(다리 셋 달린 까마귀) 문양이 유행하기도 했다.

―집안의 내력이 주몽을 연기하는 데 영향을 미쳤나.

“제 이름이 일국(一國)입니다. 10월 1일 국군의 날이 생일이라 1일의 일(一), 국군의 날이라 국(國)을 넣었죠. 이름부터 운명인 것 같아요. 말을 타면서 활 쏘는 게 힘든데 대역 없이 했어요. 선배들이 ‘너는 주몽을 위해 태어난 것 같다’고 할 정도니…(웃음). 이전에 이순신(KBS ‘불멸의 이순신’) 역을 맡았다면 주몽을 못했을 거예요. 말 타기와 무술도 원래 이순신 역을 위해 배웠어요. 예정됐던 배역이 갑자기 바뀌었을 때는 어머니 원망을 했습니다. 당시 총선 시기였고 정치 활동을 하시는 어머니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죠. 지나온 과정이 운명 같습니다.”

―10개월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대소, 영포, 주몽이 무술 대결을 하는데 제가 혼자 연마한 것을 선보이는 장면이죠. 거기서 눈을 가리고 활 쏘는 장면…. 제가 봐도 멋있었습니다. 실제로 국궁을 배웠어요. 촬영에 쓴 활도 제 활입니다. 주몽 전에는 김을동 아들로 불렸는데 이제는 주몽 엄마로 통한다고 어머니가 정말 좋아하세요.”

송 씨는 7일 오후 3시 미국으로 가서 휴식을 취한 후 14일 귀국해 17일 다큐멘터리 제작진과 북한 내 고구려 유적지를 방문할 예정이다. ‘가서 할 말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항상 ‘나보다 남을 배려하고 크게 나아가 무엇이 국가를 위한 것인가’를 생각하라고 가르침받았습니다. 우리의 자존심인 고구려, 그 고구려를 세운 인물 앞에서는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리나라가 더 잘되게 해 주세요’라고.”

:송일국은:

△1971년 서울 출생 △2006년 청주대 연극영화과 졸업 △1998년 MBC 공채 탤런트 27기로 데뷔

△출연 드라마: ‘장희빈’(KBS2·2002년), ‘보디가드’(KBS2·2003년), ‘물꽃마을 사람들’(MBC·2004년), ‘애정의 조건’(KBS2·2004년), ‘해신’(KBS2·2005년) △영화: ‘레드아이’(2004년), ‘작업의 정석’(2005년)

△2002년 KBS 연기대상 신인상, 2005년 KBS 연기대상 남자 우수연기상, 인기상 2006년 MBC 연기대상 수상, 2007년 제41회 납세자의 날 국무총리 표창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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