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이창호의 착각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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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는 상금으로 말한다. 지난해 이창호 9단은 3억6000만 원을 벌어 상금랭킹 1위에 올랐다. 기전 성적을 종합한 연간랭킹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국내 타이틀도 4개를 보유해 최다관왕이다. 세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을 뿐 성적은 여전히 ‘넘버원’이다. 본인도 ‘부진설’에 대해 “그렇게 나빴던 것 같진 않은데…”라고 말꼬리를 흐린다. 수긍하기 어렵다는 태도다.

그는 여전히 1등이긴 하다. 하지만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2005년 3월 춘란배 이후 약 2년간 세계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하다가 올해 2월 농심신라면배에서 세계기전 타이틀을 땄다. 패점도 늘었다. 무엇보다 이창호 특유의 바둑이 사라졌다. 이 판만 보더라도 한순간에 집중력을 잃고 무너졌다. 백 30의 멋진 수와 흑 55의 과수로 백이 줄곧 국면을 이끌고 왔다. 흑이 도저히 덤을 내기 어려운 형세였다. 그런데 골인 지점을 눈앞에 두고 백 168로 곤두박질쳤다.

참고도 백 1의 마늘모는 웬만한 아마추어라면 단박에 찾아낼 수 있는 맥점이다. 다음 백 3에 꽉 이으면 한 수 빠르다. 천하의 이창호가 이를 놓쳤다. (132…122, 152…57, 172…169의 곳) 173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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