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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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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기쁨을 미루는 학부모가 늘고 있다. 취학연령인 만 6세가 됐는데도 서울에선 지난해 9224명이 취학을 유예했다. 그 탓에 10여 년 전 95%대였던 서울의 취학률은 지난해 86.4%까지 뚝 떨어졌다. 전국적으로는 지난해 6만여 명(약 9%)의 어린이가 초등학교 취학을 미뤘다.
취업연령과 학제 연계는 비교육적
왜 그럴까. 취학 유예 학부모 282명에게 물어보니 153명(54.2%)은 ‘학교생활에 더욱 자신감을 갖게 하려고’, 64명(22.6%)은 ‘체력과 건강 때문에’라고 한다(이윤경 서원대 교수·2006년 조사).
그런데 일부에선 거꾸로 만 5세에 입학을 시키자고 한다. 얼마 전 국무총리까지 나서서 첫 직업을 갖는 나이를 2년 앞당기고, 퇴직을 5년 늦추겠다는 소위 ‘2+5’ 전략을 발표할 때도 그런 내용이 들어 있었다. 첫 직장 잡는 나이를 낮추기 위해 ‘학제개편’을 검토한다며 구체적으로 만 5세 유아교육의 의무교육 전환과 수업연한 조정 등을 거론했다.
‘만 5세 유아교육의 의무교육 전환’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현재 유아교육과정인 5세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거나(5세의 무상교육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현재의 6세에서 5세로 낮추는 방안(5세의 의무교육화)이다. 전자는 교원단체들도 찬성한다. 그러나 후자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부의 학제개편은 후자 쪽이다.
교원단체가 5세 입학을 반대하는 이유는 6세조차 취학 유예가 늘고 있는 데다 5세 교육을 의무교육으로 전환할 때 필요한 엄청난 재원을 마련할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한국교총 5일자 성명). 이뿐만 아니다. 5세 입학은 세계적인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 경제선진 25개국의 취학연령은 7세가 5개국, 6세가 19개국이고 5세는 영국이 유일하다(신은수 덕성여대 교수).
정부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다. 국무총리가 “학제개편은 신중하게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한발 빼고, 발표 자료 말미에 ‘학제개편 등 사회적 논란이 예상되는 과제는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최종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련까지 버린 건 아니다. 정부는 학제개편에 관한 세부 과제를 상반기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원래 공무원 용어로 ‘신중하게’라거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라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지만 이번엔 ‘하고는 싶다’는 의미로 읽어야 하는 이유다.
세부 과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만들 것이다. 김신일 교육부총리가 나설 차례다. 김 부총리는 전공이 교육학이고 학회와 시민단체 활동도 오래 했다. 5세 입학의 비현실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분명하게 반대해야 한다. 이 문제는 ‘정권 코드’에 맞춰 ‘3불 정책’을 옹호하거나 외고나 국제고의 설립에 제동을 걸어야 하는 ‘궂은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교육부가 중심 잡고 확실히 거부해야
백보를 양보해 5세 입학을 검토하더라도 이는 순수한 교육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입학연령과 취업연령을 연계하려는 것은 만나서는 안 될 사람들의 선을 주선해 놓고 일단 선을 봤으니 결혼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같다. 그 결혼의 종말은 뻔하다.
‘2+5’ 전략이라는 것도 그렇다. 성공 방법은 따로 있다. 학제개편이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다. 대학을 나와 수십 장의 이력서를 써 내고도 면접조차 보지 못하는 현실이 어찌 초등학교 1년 일찍 들어가고 군대에서 몇 개월 덜 ‘썩는다’고 해결될 문제인가. 진단이 틀리니 해법까지 틀리는 것이다.
음식 갖고 장난쳐서 돈 벌려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정신의 음식인 교육 갖고 장난쳐서 ‘코드’에 맞추려는 사람은 더 나쁜 사람이다.
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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