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사람들]‘서예하는’ 김정환 대우증권 연구위원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1993년 대한민국 서예전람회 특선은 경영학을 전공하는 한 대학생에게 돌아갔다. 당시 서예계는 수상자가 독학으로 서예를 공부한 ‘비전공자’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비전공 대학생 수상’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다.

이 화제의 인물이 대우증권 기업분석부 김정환(38·사진) 연구위원이다.

그는 증권업계에서 베스트 ‘차트분석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차트분석가는 과거의 주가흐름을 보고 미래 주가 흐름을 예측하는데, 각종 그래프와 도표를 분석 도구로 활용한다.

“미대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외동아들이 그림 그리는 걸 허락하지 않으셨어요. 그 대신 서예로 못다 이룬 꿈을 달랬고, 대학(아주대 경영학과)에 진학해서는 서예 동아리에서 활동했죠.”

1994년 대우증권에 들어간 이후에도 각종 전시회에 작품을 출품했고, 1998년 월간 ‘서예’ 200호 기념 서예 학술논문 공모에서는 최고상인 금상을 받기도 했다. 한양대 교육대학원에서는 미술도 전공했다.

김 연구위원은 서예와 미술에 대한 안목이 증권 차트 분석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차트도 일종의 그림이잖아요. 전체 윤곽을 보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감이 와요. 실제 분석을 해 보면 맞는 경우가 많고요.”

그는 증권업계에서 차트 분석이 의외로 소홀히 다뤄지는 점을 직시하고, 지난해 말 ‘차트의 기술’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요즘에도 글씨를 써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그가 직접 글씨를 쓴 부채를 선물 받은 사람들은 그 운치에 감탄한다고.

“내년 7월 첫 서예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미술과 금융을 접목해 ‘아트 펀드’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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