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무원을 위한 행복도시 백년대계

  • 입력 2007년 2월 5일 22시 54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청이 2012년 행정도시 완공 이후 서울 출퇴근 공무원을 위한 무료 통근버스와 전용열차를 운영하고, ‘가족 간 격리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보전해 주는 대책을 세웠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에게 제출한 ‘이전 공무원 복지대책’에서 드러난 사실이다.

행정도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2002년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밝혔던 선거공약의 변형으로, 전국의 부동산 광풍(狂風)이 여기서 비롯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명분이 국토균형발전과 수도권 인구분산(2030년까지 51만 명) 교통비용 절감(연 1조1000억 원)이었는데 서울 출퇴근 대책과 ‘기러기가족 수당’이라니, 대(對)국민 사기나 다름없다.

공무원들이 두 집 살림 하기 편하게 해 준다면 이 도시는 행정기구만 집결시킨 껍데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 정부 출범 초 정창무 서울시립대 교수가 “저비용-고효율 정책이 못 되며 그 예산으로 지방에 일자리를 만드는 대안이 낫다”고 했던 지적이 정확히 들어맞는 셈이다.

건설청은 ‘국가 균형발전 차원에서’ 공무원 주택 특별공급을 위한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주택 지원에 따른 세제지원 방안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서울에 집을 놔둔 채 또 집을 장만하도록 사실상의 투기를 돕는 형국이다.

공무원 자녀들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어 대학 정원 할당제와 특수목적고 설립, 우수 교사 유치 등을 추진한다는 것도 관존민비(官尊民卑)식 발상이다. 작년 말엔 34만 평 18홀 규모의 골프장 터까지 확정했다. 첫 삽도 안 뜬 상태에서 이런 대책을 쏟아내는데, 대상이 일반 국민이라도 이렇게 잽싸게 움직일까 싶다.

건설교통부는 작년 3월 건설청 공무원들이 아파트를 특혜로 공급받도록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을 고친 바 있다. “국가의 결정에 따라 강제 이주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정당한 보상”이라며 밀어붙였다. ‘반칙과 특권’을 없애고 지방을 균형발전시키겠다던 정부가 행정도시를 ‘공무원 특구’로 만들 작정이라면 세금 내는 국민만 뒤통수 맞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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