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재명]삶의 소중함 되새겨준 ‘정표의 일기’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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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정표(13) 군의 어머니께.

“현실의 풍요를 위해 달려가는 제가 부끄럽습니다. 다시 한번 마음에 새깁니다. 고통받는 사람을 위해, 어려운 이웃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한 독자가 본보 27일자에 실린 정표의 투병일기 기사를 보고 동아닷컴에 남긴 댓글입니다.

인터뷰 내내 걱정하셨죠. 가슴에 묻어 버린 정표 얘기를 왜 기사로 쓰려는지 모르겠다며. 혹여 정표를 도와준 많은 분께 누가 되지나 않을까 해서요.

그러면서 말씀하셨죠. 정표 얘기가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들면 더 바랄 게 없다고요.

42년 전 캐나다로 이민을 떠난 한 독자는 “이민생활이 힘들었지만 정표 기사를 읽을 때처럼 슬픔을 느낀 적이 없다”며 “정표의 투병일기가 많은 사람의 가슴속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골수 기증을 고려하겠다는 독자도 있었습니다.

두레교회 김진홍 목사는 28일자 ‘아침묵상’이란 e메일 편지에서 정표 기사를 소개했습니다. ‘나는 눈물을 펑펑 흘렸다’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우리는 큰 행복을 잊고 살아간다. 숨 쉬고 살아 있음에 대한 감사, 그리고 푸른 하늘, 맑은 공기를 자유롭게 보고 느낄 수 있음에 대한 감사다”라고 적었습니다.

52세의 한 독자는 “훌륭한 아드님을 두셨다”며 “정표는 오랫동안 우리들 마음속에 함께 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어머니가 우려한 점을 지적한 분도 계셨습니다. 한 소아암 환자의 어머니는 병원에 있는 아이들이 정표 기사를 읽고 충격을 받아 치료를 받으려는 의욕을 잃지나 않을까 걱정하셨습니다.

하지만 소아암 환자와 그 가족들도 어머니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리라 믿습니다. 어머니가 힘겹게 정표 얘기를 전한 것은 주변에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였습니다.

학교를 그리워하고, 운동장의 흙을 그리워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사회가 잊지 않기를 원해서였습니다. 지금 이 순간 삶의 무게를 견디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꼴찌라도 좋으니 같이 가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이 순간에도 혼신의 힘을 다해 병마와 싸우는 5000여 소아암 환자의 용기와 그 가족 분들의 헌신에 경의를 표합니다.

이재명 사회부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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