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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월 21일 19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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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문제는 병을 알고도 치료를 꺼리거나 땜질 치료에 그치는 것이다. 사용자 측의 돈 주고 덮어 버리기 식 ‘담요 전략’이 또 나온 것도 실망스럽다. 한때 노조에 공언했던 ‘원칙 대응’ 의지는 이젠 믿는 이가 거의 없다.
현대차그룹의 기아자동차도 현대차 노사의 합의 사흘 만인 20일 노조에 성과급을 ‘상납’했다. 작년 영업적자 추정치가 1000억 원인 기아차는 지난해 12월 28일 노조에 보낸 공문에서 “생산목표 미달, 수익구조 및 경영악화 영향으로 성과급 50% 지급을 보류한다”고 했다. 이를 뒤집는 발표는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격려금 50%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고 돼 있다.
무슨 속사정이 있을까. 두 회사, 특히 현대차에선 무슨 일이 있어 온 것일까. 현대차가 큰 호수라면 ‘현대차 생태계’는 어떻게 돌아가는 걸까.
기업생태계는 자연생태계와 비슷한 개념이다. 여러 기업생태계에서 창업, 성장, 구조조정이 활발하거나 또는 약하게 나타난다고 보는 것이다. 기업생태계는 기업 내 조직, 협력업체, 아웃소싱(외부 위탁)기업, 금융기업, 관련 연구소, 고객, 미디어, 심지어 경쟁자까지 포함한다. 자연생태계와 마찬가지로 기업생태계도 여러 군(群)이나 조직이 제각각 건강해야 잘 돌아가는 것은 당연하다.
연초 파업에 나선 현대차 노조에 대한 사회적 관찰과 감시가 강화돼 생태계 실태 일부가 드러났다. 특권의 상징인 노조 간부의 붉은 조끼, 파업이 마무리되면 노조원에게 쥐여 주던 ‘일시금’이란 이름의 격려금과 휴가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매장을 이전하려고 하는 대리점에 지역노조와 협의하도록 한 현대차의 계약서 등이 독과점 남용행위로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맞기도 했다.
파업 때 협력업체 종업원들은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 노조원들은 성과급 더 받겠다고 공장을 멈췄지만 우리는 일을 못해 임금도 못 받는다.” 현대차의 파업 생산차질이 3200억 원이면 전국 3000여 협력업체의 별도 생산차질은 2000억 원이라고 한다. 현대차 파업 노조원들은 ‘격려금’을 기다리겠지만 한숨쉬며 지켜보던 대부분의 협력업체 종업원들은 임금 일부를 날려 버렸다. 현대차 생태계에서 노조는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황소개구리쯤 되지 않나 싶다.
이런 현대차 생태계는 건강한가. 세계적 자동차회사이니 생산성, 강건성(剛健性), 혁신성이 높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혹시라도 비대(肥大) 권력 노조와 대주주 또는 경영진의 교묘한 동반관계나 ‘담요 전략’으로 병을 감추고 건강한 척 지내 온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협력업체 등 생태계 내 다른 조직의 희생 위에서 성장해 온 것은 아닌지도 궁금하다.
‘자기들만의 노동운동’이나 ‘맨투맨 노무관리’는 생태계의 건강을 해친다. ‘친(親)기업’도 건강한 기업생태계를 대상으로 한다. 이번 현대차 파업 타결 후 주가는 떨어지고 현대차 불매운동 참여자는 늘어났다. 노(勞)건 사(使)건 황소개구리식의 폭식은 전문 사냥꾼을 부를지 모른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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