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대선불출마 선언…이명박 “뜻밖이다” 박근혜“아쉽다”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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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갇힌 고건 전 총리16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러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지지자들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갇힌 고건 전 국무총리. 기자회견을 못한 고 전 총리는 불출마를 밝히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종승 기자
엘리베이터에 갇힌 고건 전 총리
16일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러 서울 종로구 연지동 여전도회관 기자회견장으로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지지자들 때문에 엘리베이터에 갇힌 고건 전 국무총리. 기자회견을 못한 고 전 총리는 불출마를 밝히는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종승 기자
고건 전 총리의 대선 출마 포기 선언에 대해 여야 정치권은 대체로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여야 정당=열린우리당의 우상호 대변인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질과 경륜에 있어서 국민의 신망을 받던 고 전 총리가 중간에 그만두게 돼 안타깝다”며 “심사숙고해서 내린 결정인 만큼 존중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 대변인은 고 전 총리의 정치 포기가 여권의 정계개편 논의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고 전 총리는 정치세력이라기보다는 대선주자였기 때문에 여권 내 정치세력의 재편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고 전 총리를 축으로 범여권의 활로를 모색하려 했던 당내 통합신당파는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 전 총리를 축으로 정계개편을 시도해 온 민주당 역시 당혹해하고 있다.

유종필 대변인은 “고 전 총리가 평소 내세웠던 중도개혁세력의 결집이라는 목표는 민주당의 방향과 일치하는 것인데 아쉽다”며 “특유의 안정감과 국정능력, 청렴성으로 국민의 큰 기대를 모았던 그가 중도하차한 것은 현실정치의 벽이 그만큼 두껍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중도개혁세력을 총결집하는 수권정당을 창당한 후 국민의 지지를 받는 대권후보를 내세워 반드시 민주개혁세력의 정권을 창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중심당은 이규진 대변인을 통해 “대권에 도전하겠다는 큰 뜻을 품은 정치인이 중도에 하차하게 돼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겉으로는 무덤덤하게 반응하면서도 고 전 총리의 출마 포기가 향후 정치지형과 대선가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기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고 전 총리가 국민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인 것으로 본다. 갈등과 분열의 정권을 종식하고 화합과 상생의 새 시대를 열겠다는 초심을 버리지 않고 국민을 위해 계속 봉사해줄 것을 정중히 당부드린다”면서 “한나라당은 앞으로 국민통합에 더욱 힘쓰고 국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정권 교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재섭 대표는 “금년 내내 이런 변화들이 있을 것이다. 여권에 변화가 있더라도 한나라당은 묵묵히 갈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의 박용진 대변인은 “민주당과 여당의 일부 통합신당파 세력들에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정치는 이미지나 여론 조사상의 지지도로 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과 미래 비전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정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주자=한목소리로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해득실을 계산하느라 분주한 표정이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견지동 안국포럼 사무실에서 “고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선임 서울시장이고 대선배 정치인이어서 특별히 관심을 가져 온 분”이라며 “국정경험이 많은, 흔치 않은 우리나라 지도자 가운데 한 분인데 뜻밖이다. 자세한 이유를 알 수 없어서 뭐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아쉽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역구도 타파, 깨끗한 정치 실현을 위한 유력 대선주자 중 한 사람이었던 분이 출마를 포기한 데 대해 먼저 아쉬움을 표한다”며 “비록 정치 일선에서는 물러나지만 향후 국민통합과 이 나라에 희망을 주실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고 전 총리는 다양한 경험과 훌륭한 경륜을 갖춘 분”이라면서 “(정치 이외에도) 앞으로 우리나라 발전과 국민 통합에 기여하실 역할이 많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김근태 의장은 “안타까운 일”이라고만 짧게 답변했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한나라당에 맞설 수 있는 유력한 대선후보 중 한 분이었는데 포기하셨다니 안타깝다. 여권 전체로 봐서는 큰 손실”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측은 고 전 총리의 포기를 ‘아름다운 결단’으로 평가했다. 정 전 의장의 측근인 박명광 의원은 “고 전 총리가 현실정치의 벽을 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권력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평화개혁세력에 폭넓은 선택의 기회를 열어준다는 차원에서 아름다운 결심을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범여권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해외 출장 중이어서 연락이 되지 않았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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