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랍 휴스의 프리미어리그 이야기]맨유-아스널 공통점…

  • 입력 2007년 1월 1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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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억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첼시를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엄청난 돈을 투자했다. 주제 무리뉴 첼시 감독은 자신이 이뤄 놓은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 그는 알렉스 퍼거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에 대항해 자신의 능력을 더 보여야 한다.

퍼거슨 감독은 20년 동안 맨체스터를 맡아 최강으로 만들었고 아직도 승리에 배고파하고 있는 승부사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승리의 방정식을 바꾸지 않았다. 그는 잉글랜드의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해외에서 영입한 ‘보석들’과 어우러지게 했다.

○전 세계 네트워크 통해 해외 유망주 발굴

퍼거슨 감독에게도 라이벌은 있다. 아르센 벵게 아스널 감독과 라파엘 베니테스 리버풀 감독이 바로 그들. 아스널과 리버풀은 최근 두 번 만났다. 모두 리버풀의 홈구장이었지만 아스널이 연승했다. FA(축구협회)컵에서는 3-1, 칼링컵에서는 6-3으로 아스널이 이겼다. 두 번째 경기 대패의 충격은 아직도 리버풀을 괴롭히고 있다. 무려 77년 만에 6골이나 내주며 패했기 때문이다.

벵게 감독은 용병술의 대가다. ‘세비야의 야수’로 불리는 훌리오 밥티스타는 근육질의 브라질 출신으로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에서 아스널로 임대된 선수다. 밥티스타는 마드리드로 돌아갈 생각이 없다. 파비오 카펠로 레알 마드리드 감독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벵게 감독은 밥티스타를 어떻게 쓸지를 안다. 밥티스타는 리버풀을 6-3으로 꺾을 때 4골이나 터뜨렸다. 그는 이제 25세이고 축구 재능을 타고났다.

리버풀과의 경기에서 아스널의 숨겨진 진주들이 드러났다. 17세의 잉글랜드 출신 시오 월콧과 18세의 브라질 출신 데니우손, 그리고 카메룬에서 온 19세의 알렉상드르 송. 아르망드 트라오레는 17세의 모나코 출신 왼쪽 수비수다. 이들은 벵게 감독이 만들어 놓은 리듬과 스페인 출신 19세 플레이메이커 프란세스크 파브레가스의 지휘에 따라 능란하게 움직였다. 이 젊은 선수들은 아스널의 미래다. 벵게 감독은 유럽과 전 세계의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들을 선발했다.

만일 한국의 유소년 클럽에 축구 천재가 나타난다면 벵게 감독이 그 소년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하게 뚫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어느 날 벵게 감독이 보낸 ‘사자(使者)’가 소년을 낚아챌 것이다.

아스널 축구아카데미는 9세 때부터 가르친다. 아스널 출신 ‘패스의 귀재’ 리엄 브래디 코치가 유소년을 가르치고 있다. 브래디 코치는 벵게 감독의 지시에 따른다. 프랑스의 축구 스타 티에리 앙리와 코트디부아르의 콜로 투레, 파브레가스 같은 선수들이 이 유소년 시스템에서 성장해 벵게 감독의 손에 넘겨졌다. 벵게 감독은 아스널을 10년간 이끌며 계속 브래디 유소년 코치와 함께했다.

○유소년 훈련장 1부리거들도 부러워할 만

이번 시즌에 6만 명을 수용하는 아스널의 새 경기장이 문을 연다. 무려 3억7500만 파운드(약 6900억 원)를 투자했다. 런던 북쪽에 유소년의 요람을 비롯한 훈련소도 만들어졌다. 벵게 감독은 유소년 선수들의 훈련 장소도 프로 1부 선수들이 부러워할 만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키우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시설과 지도법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잉글랜드 팀 중에서 아스널 같은 색깔로 플레이하는 팀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밖에 없다. 아스널엔 69명의 선수가 있다. 48명이 1부 및 후보 선수이고, 21명이 후보나 유소년팀 선수다. 그 밑에 어린 아이들이 ‘아스널식’ 축구를 배우고 있다.

유소년축구 시스템은 시간과 돈, 인내가 필요하다. 축구엔 TV 화면에 나오는 그 이상의 ‘뭔가’가 있다.

랍 휴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800@a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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