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담배 권하는 코트

  • 입력 2007년 1월 3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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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누구나 결심 하나쯤 하기 마련이다.

특히 금연은 단골 메뉴로 첫손가락에 꼽힌다. 하지만 시즌이 한창인 프로농구 감독들은 도리어 담배를 더 찾아야 할 지경이다.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혼전 양상 속에서 항상 가슴을 졸이고 있어서다.

10명의 감독 가운데 흡연파는 8명.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교회 집사인 삼성 안준호 감독과 SK 강양택 감독대행 등 단 2명만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동부 전창진, LG 신선우, KCC 허재, KTF 추일승 감독은 하루에도 몇 갑씩 피우는 ‘줄담배’로 유명하다.

전 감독은 최근 기침에 시달리면서도 중위권을 맴도는 성적 탓에 연방 담배를 입에 물었다. 전 감독은 “담배를 멀리 해야 기침이 멎을 텐데 어쩔 수 없이 담배부터 찾는다”고 하소연한다.

모기업이 담배를 제조하는 KT&G 김상식 감독대행은 “주위에서 담배 좀 달라는 부탁이 많다. 신제품이 가끔 들어오긴 하지만 내가 다 피우기 때문에 선물할 형편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 ‘애연가’ 감독은 경기 중에도 담배가 간절할 때가 많다. 요즘은 어림없는 얘기지만 한때 국내 코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풍경이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감독들은 벤치에서 담배를 피우며 작전을 지시했다.

흥분한 감독들은 의자 옆에 놓인 스탠딩 재떨이를 걷어차거나 코트에 집어던져 쏟아진 모래와 담뱃재로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승부에 몰입하다 보면 불붙인 담배를 거꾸로 물어 혓바닥을 데인 경우도 있었다.

당시에는 관중도 담배를 문 채 경기를 즐겨 체육관은 항상 ‘너구리라도 잡듯’ 연기가 자욱했다. 한국농구연맹 김인건 본부장은 “1970년대에는 연기가 하도 심해 상대 얼굴이 잘 안 보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비시즌이나 돼야 담배를 줄일 수 있다는 전자랜드 최희암 감독은 “자기 몸 생각해서 담배를 끊는다면 팀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게 아닐까”라며 반문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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