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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29일 00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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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심의 때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지역구 사업 챙기기에 나서는 행태는 해마다 되풀이되지만 이번엔 특히 심했다. 열린우리당은 경기(景氣) 부양에 초점을 맞춰 과학기술·통신, 중소기업, 도로건설 예산을 더 늘려 줬다. 한나라당은 취약지역인 호남의 인심을 얻으려고 200억 원의 광주자동차부품산업육성 예산 등을 증액했다. 한나라당은 한 달 전 지도부가 호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요청받은 예산을 상당 부분 챙겨 줬으니 대선용 예산 끼워 넣기에는 정부, 여야가 따로 없다.
국회가 늘려 준 예산 가운데는 수송·교통·지역개발사업이 많아 내년엔 전국 곳곳에서 크고 작은 공사가 벌어질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 7월로 예정된 행정복합도시 기공식과 혁신도시 및 지역개발사업 기공식이 잇따라 열린다. 이런 게 다 ‘세금 잔치판’이다. 생색은 정부와 정치권이 내고 뒷감당은 납세자들이 한다.
정부는 “경기둔화에 대응해 건설경기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도 염두에 둔 예산”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도 8조 원의 국채(國債)를 발행할 정도로 재정 형편이 좋지 않은데 지출구조는 방만하기만 하니 정부가 언제 또 증세(增稅)카드를 꺼낼지 불안하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의 국민 1인당 조세부담액은 약 380만원으로 올해보다 20만 원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에선 올해 중간선거를 통해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지역구 선심 예산을 줄여 예산 낭비를 막겠다”고 약속했다. 우리 정부와 정치권도 재정 개혁, 정부 혁신 같은 허울뿐인 구호는 그만 외치고 혈세 아낀 실적을 구체적으로 보여 줘야 한다. 그게 세금 내는 데 허리가 휘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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