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조가 변해야 현대車가 산다

  • 입력 2006년 12월 13일 23시 00분


현대자동차 노조집행부가 기념품 납품 비리 때문에 12일 전격 퇴진했다. 처음에 집행부는 “한 간부의 개인 비리일 뿐”이라며 버텼으나 “조합원에게는 ‘정치 파업 참여’를 독려하더니 뒤로는 검은 거래를 했다”는 조합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결국 물러났다.

취업 장사, 횡령, 상납 등 노조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강성 노조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만도 13차례 파업했으며 그중 12번이 근로조건과 관계없는 ‘정치 파업’이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되면 자동차 수출이 늘어날 텐데도 이 회사 노조는 ‘민주노총 지침에 따른 반FTA 파업’을 8차례나 했다.

자동차 시장에선 “현대차 생존의 가장 큰 장애는 해외 경쟁업체가 아니라 노조”라는 지적이 공공연하다. 버스와 트럭을 만드는 현대차 전주공장은 수출이 늘자 직원 700명을 새로 뽑으려 했으나 “주야 2교대 근무는 안 된다”는 노조의 반대 때문에 포기했다. 연간 10만 대를 생산할 수 있지만 교대작업을 못해 현재 5만 대만 만들고 있다. 회사 측은 잘 안 팔리는 차종 조립라인의 인력을 베르나 싼타페 에쿠스 같은 인기 차종 라인으로 옮기려 했으나 노조 동의를 제때 얻지 못해 한동안 손실을 봤다. 생산라인 증설, 기술 개발에 따른 배치 조정, 해외 투자를 가로막은 것도 노조였다. ‘회사는 망하건 말건 당장 내 몫만 더 챙기겠다’는 행태다.

일본 도요타의 생산성은 현대차의 1.5∼2배다. 도요타 노조는 56년째 파업을 모른다. 최근 엔화환율이 떨어져 소형차의 경우 도요타가 더 싸졌다. 현대차로서는 마른 수건도 짜야 할 판이지만 이 회사 노조에선 그런 자세를 찾아볼 수 없다.

최근 현대차에 ‘투쟁에서 벗어나 노동자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신노동연합회’가 등장한 것은 기존 노조의 일탈(逸脫)이 도를 넘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노조는 비리 때문에 집행부가 물러난 이번 사태를 ‘건강한 노조’로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기 바란다. 때마침 대림산업 근로자들은 “기업이 살아야 일터가 유지된다”며 노조를 자진 해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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