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에 또 시간 벌어주는 6자회담 안 돼야

  • 입력 2006년 12월 10일 23시 03분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이르면 다음 주 초 재개될 것이라고 한다. 북의 핵실험 이후 처음 열리는 회담인 만큼 북에 다시 시간을 벌어 주거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게 해 주는 자리가 돼선 안 된다. 3년 4개월 동안 다섯 차례나 회담을 했고, 작년에는 핵 포기와 대북(對北) 지원을 맞바꾸기로 명시한 9·19공동성명까지 채택했지만 북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다. 북의 벼랑 끝 전술과 지연작전에 휘말린 탓이다.

이번 회담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미국은 북이 핵을 포기하면 6·25전쟁 종전(終戰)을 공동선언하고 북-미관계 정상화 방안까지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북이 해야 할 ‘초기 이행 조치’로 영변원자로 가동 중단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허용까지 제시했다. 그러나 북은 아직 답을 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미측의 제안만 듣고 돌아설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은 지난달 1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에서도 “금융제재 해제 문제를 논의해 해결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회담에 나가기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핵 폐기는 뒷전이고 금융제재 해제에만 매달리고 있음을 드러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국에 있는 미 핵무기부터 제거하라”는 엉뚱한 주장을 폄으로써 이번 회담을 ‘핵군축 협상’으로 몰고 가려는 의도마저 비치고 있다.

이런 상투적인 기만술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북-미 직접대화를 거부하던 미국이 한발 물러선 이상 북도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야 한다. 6자회담 무용론이 대세가 될 경우 지원은 못 받고 제재만 당하는 상황을 자초할 수도 있다. 미 중간선거 여파로 이라크 사태가 미군 철수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 미국은 전면적인 대북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미국 중국 일본 등과의 철저한 공조를 통해 실질적 진전이 있는 회담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미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회담이 열리기도 전에 대통령이 북의 핵실험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으로 분위기를 깬다면 생산적인 논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새해의 각종 대북 경협과 지원도 ‘핵 선(先)해결’이라는 큰 구도 속에서 재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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