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금호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의 합체

  • 입력 2006년 11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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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만화 ‘독수리5형제’의 매력은 ‘합체’였습니다. 여러 조각이 모여 더 큰 힘을 내는…. 금호아시아나와 대우건설의 합체. 있는 자리에 따라 희비 불안 기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인수합병(M&A)의 그늘,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을 희망으로, 그늘은 더 큰 빛으로 감쌀 수 있는 인수합병. 기대해 봅니다. 》

2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5가 서울역 앞에 있는 대우빌딩 25층을 둘러봤습니다.

꼭대기 층인 이곳에는 대우건설을 새로 이끌 신훈 금호아시아나그룹 건설부문 부회장의 집무실이 마련될 예정입니다. 현장은 칸막이 공사를 준비하느라 집기가 모두 치워진 채 여기저기 청소하는 손길로 분주했습니다.

15일 매각 본계약이 체결된 후 금호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작업은 조용하지만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 사명(社名)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로고(CI)는 마무리 교체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대우그룹 시절부터 33년 동안 사용했던 로고가 금호그룹의 빨간색 삼각형 모양으로 바뀔 예정입니다.

이런 가운데 대우건설 임직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를 감추지 않았습니다.

한 과장급 직원은 1998년 1월까지 대우그룹 공채로 입사한 고참 대리급 이상 직원들의 상실감이 크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대우그룹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엘리트’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다른 회사에 인수된다니 허무하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차장급 직원은 “대우건설과 금호그룹의 기업 문화에 큰 차이가 있는데 이를 어떻게 조화해 나갈지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임원들 사이에서도 ‘누구누구는 바뀐다더라’는 등의 풍문이 돌면서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반면 금호그룹 소속 건설회사인 금호산업은 다소 들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회사가 일부 임원을 대우건설에 보낼 것이라는 소문이 있다”며 “임원들이 더 큰 회사에서 일해 보고 싶어 한다”고 털어놓았습니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우리도 대우건설 수준으로 연봉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합병에 관한 홍보활동을 자제하는 등 이런 분위기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습니다.

금호그룹 장성지 홍보담당 상무는 “박삼구 회장은 ‘대우건설 인재를 사겠다’고 했다”며 “대우건설 임직원은 동요할 필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박 회장과 신 부회장은 21일 대우건설 임원들과 본계약 이후 처음으로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에서 상견례를 갖습니다. 한국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해 온 두 기업이 상생(相生)의 지혜를 살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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