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렉서스 내비게이션의 진실은…

  • 입력 2006년 1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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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들은 무엇일까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최근 내놓은 렉서스 LS460의 내비게이션에서 ‘독도’를 명칭 검색으로 찾은 화면들입니다.

그런데 한 신문은 16일 ‘명칭 검색을 하면 독도처럼 생긴 섬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섬에 독도라는 지명이 표시되지 않아 독도인지 아니면 일본의 일부 정치인이 생각하는 다케시마(竹島)인지 알 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안내줄에 ‘독도(울릉읍)’라고 큼지막하게 표시되는 이 화면을 보고 독도인지 헷갈릴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을까요?

이 신문은 지도 위 안내줄에 지명이 정확하게 표시되는 사실을 알리지 않고 독도 위에 바로 표시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를 마치 전체인 양 독자들을 오도한 것이죠. 참고로 이 내비게이션에는 다른 섬들도 독도와 같은 방식으로 표시되고 있습니다.

또 이 신문은 ‘우리나라 지도의 전체 모습이 나오도록 하면 울릉도는 나오지만 독도는 화면에서 사라져 버린다’고 썼습니다.

여기에서도 알리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한국전도가 나오는 최소축척에서는 제주도 거제도 울릉도 등 축척에 맞는 섬 몇 개만 나타날 뿐 흑산도 마라도 가파도 같은 ‘독도보다는 큰 작은 섬’들도 표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저는 렉서스를 직접 시승한 뒤 이 기사의 문제점을 확인하고 20일 이 난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이어 21일에는 중앙일보도 관련기사의 오류를 지적했습니다. 렉서스 내비게이션의 ‘잘못’이라면 한국 실정에 맞게 독도가 확연히 눈에 드러나도록 ‘특별대우’하지 않았던 점 정도입니다.

그런데 문제의 기사를 실었던 신문은 22일 ‘일부 신문이 특종기사를 놓친 데 대한 변명을 하듯 엉뚱한 주장을 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정말 엉뚱한 기사를 다시 썼습니다. 설사 사실이라도 이런 정도의 기사를 갖고 ‘특종’이라고 부르기는 낯간지럽습니다. 하물며 입맛대로 사실을 재단하고 가공해서 독자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도 특종이라고 우기는 모습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에 앞서 이 신문은 9월 18일에도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카인 RX400h를 두고 사고가 나면 탑승자들이 감전사할 것 같은 뉘앙스의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하이브리드카는 지난 10년간 75만 대가 팔렸지만 아직 사고로 탑승자가 감전사한 경우는 한 번도 없었습니다.

렉서스 내비게이션이 정말 잘못됐다면 제가 렉서스를 감쌀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진짜 특종’이라면 오히려 겸허하게 스스로를 분발하는 계기로 삼을 것입니다. 하지만 명백한 사실을 왜곡하고 ‘오보’를 ‘특종’이라고 계속 주장하는 모습은 정말 안타깝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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