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병준 씨와 대통령의 질기고 딱한 인연

  • 입력 2006년 10월 19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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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비주류 소수파로 살아온 정치 역정 탓인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도 주변에 인재가 적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이 됐으면, 다루기가 다소 만만하지 않더라도 국민이 신뢰할 만한 인재들을 등용해야 국정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대통령 자신의 값도 올라갈 것이다.

그럼에도 노 대통령은 국민에게 믿음을 주고 국정을 성공시킬 인사(人事)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다. 논문 표절 시비로 도덕성이 문제돼 교육부총리에서 물러난 김병준 씨를 두 달 만에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장으로 불러들이는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노 대통령은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는 태도를 보여 왔지만 대통령의 인사권도 민의(民意)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행사돼야 한다. 여론을 무시하고 인사권을 전횡하는 대통령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되고 결국 국정 실패를 자초하기 쉽다.

대통령은 국정을 위임해 준 국민에게 무엇보다도 질 높은 정부 서비스를 제공할 책무가 있다. 좋은 행정서비스를 하려면 유능한 인재를 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국회와 국민의 검증 과정에서 상처가 날 대로 난 사람이나 선거 낙선자를 재등용하는 인사를 거듭하고 있다. 이것은 대통령에게 국정을 위임한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반에 가깝다. 국민의 불신으로 낙마했던 사람이 대통령의 자문에 바른 답을 내고, 국정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김 씨는 논문 표절이 학계의 관행인 것처럼 주장해 학문의 정도(正道)를 걷는 많은 교수를 분노하게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도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그에게) 도덕적 흠결이 있다고 결론 나지 않았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대통령과 참모가 이렇게 국민을 우롱하는 판이니 국민도 ‘구제불능(救濟不能) 정부’라고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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