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닭 쫓던 개

  • 입력 2006년 10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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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들의 공격은 어떤 점이 다른가. 아마추어들은 일단 칼을 빼들면 끝장을 보려 한다. 대마를 반드시 낚는 게 공격을 위해 뿌린 밑밥을 회수하는 길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러나 프로들은 반드시 잡기 위해 공격하지 않는다. 정면충돌은 자신의 피해도 초래하기에 공격의 효과에 먼저 눈을 돌린다.

백 84로 봉쇄했다. ○ 한 점을 품은 흑대마에게 ‘가’에 두어 살라고 재촉한 수다. 백은 외곽을 두텁게 쌓은 데 만족하는 듯하다. 흑 85로 움직인 것은 살기 전에 백의 외벽에 흠집을 내겠다는 노림수다. 철벽으로 방치할 순 없는 일이다. 이 수는 87을 선수한 뒤 93에 끊는 노림을 품고 있다. 따라서 백 86도 이 노림을 능률적으로 방비하고자 한 수였다. 득달같이 둔 흑 89, 91…. 묘수가 있었다. 이 때문에 흑 93의 끊음이 성립했다. 이는 백 86이 바보가 되었다는 말이다. 흑 97까지 오히려 중앙 백 ○ 일단이 잡혀버렸다. 역전이다. 백이 ‘나’로 나가지 못하는 사정을 헤아려 보면 희생타(흑 89, 91)의 가치를 알 수 있다.

백 86은 참고도 백 1로 지켜야 했다. 흑 2로 살 때 백 3으로 두어 외벽에 붙은 흑 석 점을 묶어두었다면 중앙의 지형은 딴판이었을 것이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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