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한국 근무 1년 연장한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

  • 입력 2006년 9월 18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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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꼭 보고 싶다며 최근 임기를 1년 연장한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 그는 “변화가 많은 한국 생활이 무척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007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꼭 보고 싶다며 최근 임기를 1년 연장한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 그는 “변화가 많은 한국 생활이 무척 흥미진진하다”고 말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붉은 벽돌 건물의 나무문을 열자 구수한 삼계탕 냄새가 먼저 손님을 맞았다.

1890년에 초석을 놓은 고풍스러운 건물은 잘 손질된 푸른 잔디마당과 맞닿아있다. 말간 가을 햇살이 정원의 다홍색 베고니아 작은 꽃조차 눈부시게 했다.

오후 2시, 약속시간에 딱 맞춰 그가 도착했다. 워릭 모리스 주한 영국대사를 14일 서울 정동관저에서 만났다. 흰색 와이셔츠에 선명한 녹색 넥타이를 맨 모리스 대사에게서 '영국 신사'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임기를 연장하셨다지요.

"2003년 11월 한국에 부임했으니 올해 말로 3년 임기가 끝납니다만, 영국 외무부에 1년을 더 연장해달라고 신청해 허락을 받았습니다. 2007년 한국 대통령 선거를 꼭 보고 싶어서죠. 누가 권력을 쥘 것인가…. 개인적인 관심이기도 하고, 지역적 중요성 때문에 영국 정부에서도 한국의 정치동향에 큰 관심을 갖고 있어요."

―누가 대통령이 될 것 같습니까.

"한국 국내 정치 문제죠.(웃음) 언급할 수 없습니다."

그는 1969년 영국 외무부에 들어간 뒤 1977~79년 주한 영국대사관 2등 서기관, 1988~91년 주한 영국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일했다. 한국 근무에 앞서 1975~76년에는 연세대에서 한국어 연수를 했다. 한국어로 간단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실력.

1991년에는 영국 공직자로는 최초로 북한을 방문해 '공식 접촉'을 한 일도 있다.

"1975년에 처음 왔을 때는 군사독재 시절이었죠.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열심히 일했고, 선박, 자동차 같은 산업이 시작 단계였어요.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에 다시 오니 다리가 놓이고 건물이 올라가 있었습니다. 민주화 열망도 강했습니다. 올 때마다 한국은 달라져 있었죠."

그는 손으로 층을 만들어 보이면서 한국말로 "차근차근"이라고 덧붙였다.

―대사로 부임한 이후 한국의 어떤 점이 가장 인상 깊습니까.

"과거 한국은 국내 문제에만 집중했는데, 이제는 국제적인 이슈에도 관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무역, 투자, 평화유지, 환경, 지속가능한 발전 등등…. 아, 축구에서도 한국의 국제화가 나타나지요. 박지성, 이영표 같은 축구스타들이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하잖아요. 그런데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영국과 한국 모두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쉽군요."

살기 좋고 흥미진진해 한국 생활이 신난다는 모리스 대사. 좋아하는 곳으로 시청 앞 광장, 청계천, 서울의 숲을 꼽았다. 그는 "아내와 함께 청계천 걷기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시브닝 장학금'을 통해 지난 20년 간 한국 학생들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동안 약 800명이 시브닝 장학금을 받고 영국에서 공부했습니다. 미래의 지도자를 육성하는 것인데요, 이런 지원이 한영 관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올해는 한국의 스카이라이프와 영국 BBC방송이 공동으로 지원하는 펠로우십 프로그램을 새로 마련했습니다."

현재 영국에서 언어연수나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한국학생은 2만 여명에 이른다.

모리스 대사는 "젊은 시절에 겪는 해외유학이나 여행은 자신에게 굉장한 자산이 된다"며 "개인적으로 10대 후반에 카메룬에서 영어를 가르친 것이 내게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난 '7·7 런던 테러' 이후에도 최근 영국발 미국행 여행기 테러기도 등 테러 위협 이 잇따랐습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이민자들을 폭넓게 수용하면서 오히려 '테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시종 막힘없이 유쾌하게 답하던 모리스 대사의 표정이 이내 굳어졌다. 잠시 생각한 뒤 그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어디에나 문제를 일으키는 소수는 있는 법입니다. 대다수 영국 이민자들은 정직하고 평화를 사랑하며 영국 사회에 공헌하고 있습니다. 영국은 보안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앞으로도 테러 기도는) 적발해 낼 겁니다."

영국대사관 정문 앞에는 최근 대형 철제 바리케이드가 새로 생겼다. 모리스 대사는 "한국은 테러로부터 자유로운 국가지만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다"고 당부했다.

모리스 대사는 임기가 연장된 내년 한국의 대선 분위기를 '만끽'하는 한편 한국에 영국을 널리 알리는 '씽크 유케이(Think UK)' 캠페인에 주력할 계획이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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