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건호]규제 풀어 기업가 야성 되살리자

  • 입력 2006년 9월 7일 03시 01분


무엇이 기업경쟁력의 원천인가. 상당수가 효율적인 생산능력을 꼽거나 뛰어난 관리능력이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물건을 잘 파는 능력이라고 말한다. 생산, 관리, 영업으로 기업경쟁력의 원천을 분석할 수 있지만 기업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인호 씨의 소설 ‘상도’에서 “장사는 이문을 남기는 것이 아니고 사람을 남기는 것이다”라는 말이 생각난다. 누가 기업을 이끄느냐를 생각한다면 기업경쟁력의 원천은 역시 사람이다. 기업경쟁력의 원천은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이란 말로 종합된다.

기업가정신은 불가능 속에서 길을 헤쳐 가는 기업가의 야성이다. 조지프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를 통해 변화를 일으키는 능력이라 했고, 피터 드러커는 변화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라고 했다. 우리 경제도 기업가정신 없이는 설명할 수 없다. 엄청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정주영의 생산능력, 차분하고 냉철한 분석력을 전제로 한 이병철의 관리능력은 기업가정신의 전형이다. 드러커도 우리나라 기업가의 기업가정신이 세계에서 가장 왕성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요즘 기업가의 야성이 사라지고 있다.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위축되고 기업의 현금보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기업경영도 모험보다는 안정성을 추구한다. 기업들이 투자할 때 고려하는 목표수익률도 외환위기 이후에 크게 상승했다. 1%의 가능성에도 생산현장을 누비며, 고독한 결정을 내리고, 세계를 안방처럼 휘젓던 이야기는 전설이 되어 버린 것일까.

기업가정신의 퇴조는 경영환경의 변화와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기업이 자금을 은행에서 차입하는 것에서 점차 자본시장을 통해서 조달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단기적 성과주의가 강조되고 있다.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서 단기적 수익을 중시하는 이른바 경영의 보수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기업가정신이 퇴조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영활동에 대한 재산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수익과 안정성을 요구하며 기업을 다그치면 누가 위험을 지려고 하겠는가. 경영활동에 대한 결실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누가 주인의식을 갖고 기업가적 야성을 발휘하겠는가.

세계화는 우리 경제에 큰 도전을 준다. 브릭스(BRICs)의 도전과 선진 경제대국과의 경쟁 속에서 기업투자를 활성화하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 기업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를 받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 군정이 전범 처벌 차원에서 도입한 재벌 규제가 일본에서는 폐지되었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일본은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수도권 규제를 철폐했지만 우리는 일본에서 배운 수도권 규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모두들 기업투자를 살리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 뛰고 있다. 기업규제 완화로 기업가의 야성을 되살릴 때이다.

조건호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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