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영범]한국형 고용전략을 찾습니다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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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통계청이 발표한 2분기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반적으로 고용상황이 좋아지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런 가운데 50대 이상의 취업자가 649만4000명으로 전체의 27.7%를 차지해 각각 26.5%와 27.6%인 30대(619만4000명)와 40대(645만 명)보다 많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몇 년간의 추이도 50대 이상의 취업 증가와 30대의 취업 감소여서 취업자의 고령화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50대 이상의 취업자가 많아졌다는 사실은 외환위기 이후 상시화된 구조조정 속에서 불시에 퇴출당하는 서러움을 겪어 온 사오정세대로서는 반가운 측면도 있으나 노동시장 전체에서 보면 여러 가지 점이 우려된다.

우선 고용 현안의 최대 난제인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의 20대 실업률은 7.6%로 전체 실업률 3.4%의 2배가 넘고 전년 같은 기간과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해 2분기 66.1%에서 올 2분기 65.3%로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이다. 반면에 50대 이상의 2분기 실업률은 2.1%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6%에 비해 다소 떨어졌고, 경제활동참가율은 70.3%에서 71.2%로 높아졌다.

50대는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하면서 일자리를 쉽게 찾는 반면 20대는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없으리라는 실망감에서 구직활동을 포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장년층과 고령 근로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이라는 점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40, 50대의 경우 일자리 종류에 관계없이 취업을 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20대는 좋은 일자리를 원하고 있지만 현실은 이들의 희망과 거리가 멀다.

외환위기 이후 30대 대기업 집단의 취업자는 27만 명이 줄어들었고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 청년층의 비중은 1996년 36.7%에서 2003년 25.2%로 떨어졌다. 이처럼 장년층과 고령자의 취업률 증가는 생계형 자영업자의 비중이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내 자영업자의 비중은 30%에 가까워서 일본이나 미국의 10% 미만에 비해 월등히 높은데 이는 일자리의 질이 매우 취약함을 나타내고 있다.

청년취업난이 지속되고 있지만 청년층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체는 인력난으로 외국인 근로자를 쓰고 있다. 또 국내 인건비의 지속적인 상승으로 기업의 해외 이전이 속출해 제조업 취업자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실제 지난 1년간 제조업 취업자는 7만4000명이 감소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 직원 수(2006년 3월 기준 8만2000명)만큼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 같은 감소 폭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비해 가장 큰 것이다.

제조업 공동화현상을 반영하는 (혹은 촉진하는) 제조업 취업자의 감소는 선진 일본이나 독일과 같이 앞으로 상당 기간 제조업을 경제의 근간으로 하여야 하는 우리로서는 심각한 문제이다. 일본이나 독일의 전체 취업자에 대한 제조업 취업자 비중은 우리보다 높다.

청년실업, 인력난에 따른 제조업 공동화, 비정규직 문제, 양질의 일자리 감소 등 풀어야 할 고용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50대 일자리 증가로 취업상황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직업능력개발 촉진, 고용서비스 선진화 방안, 여성 청년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고용촉진 정책 등 다각도의 고용정책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한국형 고용전략을 제시하고 대안을 강구할 시점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잠재력 배양에 무엇이 필요한지, 고용창출을 저해하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요인을 제거하고 유연성을 촉진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지, 우리 현실에 맞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동시에 통합적 고용전략의 비전과 목표 아래 구체적 실천 방안도 마련돼야 할 때이다.

박영범 한성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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