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이 시위대와 ‘평화각서’ 맺는 세상

  • 입력 2006년 7월 8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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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시위에선 화염병은 거의 사라졌지만 죽봉과 쇠파이프는 여전하다. 폭력시위로 부상한 경찰관이 작년 1∼5월 247명에서 올해 같은 기간엔 290명으로 늘었다. 5월 평택에서만 전·의경 139명이 다쳤다. 농민시위 사망사고로 경찰이 위축된 틈을 타 반미(反美)시위대가 죽봉과 각목으로 공격해 부상자가 많았다.

10∼1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2차 협상을 앞두고 반대 단체들이 10만 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자 이택순 경찰청장은 시위를 주도하는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에 평화시위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자고 공식 제의했다. 시위 주최 측과 경찰이 평화적 시위를 위해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는 내용을 MOU에 담자는 것이다.

이런 각서를 통해 불법 폭력시위를 줄이는 효과를 어느 정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법질서와 국기(國基)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평화각서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 엄격한 법집행이 앞서야 한다.

한미 FTA 반대단체들은 6월 미국 워싱턴에서 거리행진, 촛불행사 등을 벌였으나 폭력시위를 하지는 않았다. 미국의 엄정한 법집행 관행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었다고나 할까. 우리 경찰도 합법적 의사 표시는 보장하되 불법 폭력시위는 철저한 채증(採證)과 조사를 통해 엄정하게 사법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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