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憲裁 구성까지 ‘시민단체 권력’에 휘둘리려나

  • 입력 2006년 6월 13일 03시 00분


헌법재판소 소장을 포함한 재판관 5명의 인사가 8, 9월로 다가왔다. 전체 재판관 9명 중 과반수가 바뀌게 되므로 헌재 구성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일부 시민단체가 대법관 5명을 제청할 때처럼 헌재 재판관 후보를 공개적으로 추천해 헌재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적잖게 걱정된다.

대법관 추천제도는 본래 ‘밀실 결정’을 막기 위해 생겼다. 그러나 여론몰이를 우려해 추천 후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두었는데도 일부 단체는 번번이 추천자 명단을 공개했다. 이번에 바뀌는 헌재 재판관 5명 가운데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하고 2명은 국회가, 1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한다. 대법관과 달리 헌재 재판관은 임명 과정에 개인이나 단체의 추천을 받는 제도가 없다. 그러나 공직후보자 낙천·낙선 운동 이후 초법적(超法的)인 일을 주저 없이 해 온 일부 시민단체가 헌재 재판관 후보 추천을 강행하고 이를 발표한다면 지명자 또는 임명권자에게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현 정부와 코드가 통하는 시민단체들이 추천한 후보 중 몇몇이 대법관이 되면서 법관들이 시민단체의 눈치를 보는 경향이 있다는 소리가 사법부 내부에서 흘러나온다. 퇴임을 앞둔 강신욱 대법관은 “시민단체들이 추천자 명단을 공개하기 때문에 법관들이 대법관이 되기 위해 이들의 눈치를 보면서 재판하는 경향이 나타나지 않을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그런 것이 없다고 보기 힘들다”고 했다.

‘시민단체 권력’이 사법권을 훼손하는 행위가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시민단체들이 대법원 구성까지 좌지우지하고 판결에 영향을 미치는 권력이 됐다면 사법권 독립의 심각한 위기가 아닐 수 없다. 사법부와 헌재는 권력은 물론이고 시민단체와 압력단체로부터 독립돼야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다.

헌재 재판관은 전문적 헌법지식, 헌법적 가치에 대한 신념과 균형 감각을 갖춘 사람이 임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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