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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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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전통적으로 소비로 여겨져 왔다. 아이를 가르치는 데 들이는 비용은 유용한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는 활동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부론을 쓴 애덤 스미스는 생산활동의 요소로 노동을 들어 인적자본의 개념을 잉태시켰지만 경제학자들은 인간을 자본으로 다루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미국의 경제학자 시어도어 슐츠는 1950년대 중반 이 같은 인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교육을 통해 높아진 인적자본의 질이 경제성장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고 교육비를 자본으로 간주했다. 교육비는 자본을 늘리는 투자이기 때문에 교육투자라는 말이 생기고, 그 효율성을 따지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졌다.
요즘엔 ‘교육=투자’라는 인식이 사회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을 비교해 산출된 교육투자의 순수익률은 2004년 현재 연 10.2%로 대다수 금융자산의 실질이자율보다 5%포인트 이상 높다는 보고서를 읽다 보면 ‘교육이란 정말 남는 장사’란 신념마저 생긴다.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해 노동력이 줄어들면 교육투자의 성과를 누릴 수 있는 기간도 길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투자의 과실을 따먹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뿌듯해지지만 교육투자의 효율성에 눈을 돌리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교육투자가 늘어날수록 예금통장에는 땡전 한 푼 남지 않게 되는 게 서민의 삶이다. 수입액의 대부분 또는 수입액 이상을 매달 가족에게 보내는 기러기 아빠가 절반을 넘을 정도다. 노후의 편안한 삶을 꿈꾼다면 교육투자액부터 과감하게 줄이라고 충고하는 컨설턴트도 있다.
불행하게도 교육투자의 효율성을 따지는 확실한 방법은 없다. 사회 전체의 교육투자비와 생산액 또는 학업성취도를 비교하는 계산법이 아이를 조기유학 보내려는 학부모, 학원비를 줘야 하는 학부모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직접 지출한 교육비뿐만 아니라 정신적, 시간적인 투자, 교육비를 다른 데 써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인 기회비용까지 따지다 보면 골치가 아파온다. 투자 결과의 불확실성까지 합치면 교육투자만큼 무모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결국 좋은 결과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정보에 의존해 교육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지난해 서울시에서만 조기유학을 떠난 초중고교생이 7000명이 넘었다. 전국적으론 2만 명이 넘을 것이란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들의 학부모는 대부분 친척이나 지인 등을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조기 유학 결정을 내리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학부모가 외국 경험을 바탕으로 조기유학을 결정하는 비율은 13.1%에 불과하다.
문제는 정보의 질이다. 정보의 불확실성만 제거해도 교육투자의 결정이나 투자 이후의 행동방식이 좀 더 명확해질 수 있다. 기러기 아빠는 개인적이고 자발적인 선택의 결과지만 이미 사회적 현상이 됐다. 교육인적자원부도 조기유학의 성공과 실패 사례 등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보 제공에 나서야 한다.
하준우 사회부 차장 ha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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