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國아닌 美國가기를 원하는 탈북자들

  • 입력 2006년 5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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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선양 주재 한국총영사관에 머물던 탈북자 4명이 미국에 망명하겠다며 이웃한 미 총영사관으로 담을 넘어 들어갔다. 이들은 원래 한국행을 원했으나 6일 다른 탈북자 6명의 미 망명 소식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고 한다. 조지 W 부시 정부가 탈북자를 적극 수용할 뜻을 밝혔을 때부터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당혹스럽다.

그들은 왜 한국 대신 미국을 택했을까. 미 망명에 성공한 한 탈북자는 어제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에선 남한처럼 정착금이나 집도 받지 못하지만 열심히 일하면 노력의 대가가 있을 것으로 생각해 미국을 택했다”고 말했다.

물질적 보상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답게 살 권리와 기회다. 미국행을 선택한 탈북자들은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많은 탈북자와, 북녘의 인권 참상에 대해 입도 벙긋 못하는 한국 정부를 보면서 자신들의 미래를 한국에 맡기기 어렵다고 생각했을 법하다.

외교적 대응도 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미국행을 원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면 미중 간 마찰이 불가피해진다. 북한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중국은 미국행에 반대하면서, 탈북자에 대한 단속과 북송(北送)도 강화할 것이다. 미중 사이에 끼인 한국으로선 탈북자도 보호하면서 한미, 한중관계도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 어려운 처지다.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자처한다면 인권문제에 관해 미국과 입장을 같이해야 한다. 탈북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중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우리가 중심이 돼 한미중 3자 협의를 하자고 제안하고, 그 자리에서 각국이 수용 또는 용인 가능한 탈북자의 성격과 규모에 대해 비공개 합의를 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 눈치만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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