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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5월 1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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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서울특별시장 후보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로 시작되는 이 편지의 발신인은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
유 장관은 질의서에서 “당선되신다면 국립서울병원을 현재 위치(서울 중곡동)에서 현대식으로 재건축하는 방안을 지원해줄 것인지, 시내 다른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인지, 시 외곽으로 이전돼야 한다는 입장인지 25일까지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다.
‘뜬금없이 왜?’라는 의문이 후보 진영에서 나왔다. 복지부 측은 “복지부 장관으로서 서울에 하나밖에 없는 정신병원이 40년이 넘게 낡은 채로 방치돼 있어 시장 후보들에게 같이 공론화하자는 취지로 제안한 것”이라며 “답변시한은 구속력 있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례적임은 인정하지만 장관으로서 할 일을 한 것이다”고 반응했다.
물론 장관이 업무현안에 관해 입장을 밝히거나 정치권의 협조를 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입법권과 예산권을 갖고 있는 국회를 통하거나 그 구성 주체인 여야 정당의 공식라인을 통하는 것이 상식이고 예의다.
오죽하면 같은 열린우리당 강금실(康錦實) 후보의 오영식(吳泳食) 대변인조차 “선거 시기에 장관으로서 이런 질의서를 공개 발송한 것은 적절한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을까.
서울시장이라면 그런 현안에 관심을 가질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은 힘없는 일개 유권자가 아니다. 복지정책의 총괄 권한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서울시장의 협조가 필요하다면 선출 된 뒤 당정협의나 정책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면 된다.
선거를 이용해 후보들에게 자신의 요구조건을 제시하며 압력을 가하는 듯한 처신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자신이 하기 어려운 일을 시장 후보들에게 떠넘기려는 정치술수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나왔다.
유 장관은 2월 10일 장관 취임 기자회견 당시 “정치부 기자들이 관심 가질 일이 없을 것”이라며 장관직에 전념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유 장관의 처신은 장관답기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워 보였다.
박성원 정치부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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