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49기 국수전…바둑의 운명

  • 입력 2006년 4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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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바둑을 지켜보던 이창호 9단의 한 남성 팬은 이 9단이 패배하자 탄식했다.

“10시간 죽도록 고생해서 한판(도전 3국)을 이기면 뭐합니까. (4국에서) 이렇게 허무하게 지는데….”

이 바둑의 패착은 백 78로 지목됐다. 뒤로 물러서지 않고 백 78의 강경책을 들고 나온 이후엔 백에 기회가 없었다.

그러나 백 78의 패착은 전체 진행 과정에서 보면 하나의 임계점에 불과했을 뿐이다. 이 9단은 뭐라고 꼭 집어 지적할 순 없지만 흑에 밀리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더 밀리다간 벼랑 끝으로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마지막 카드로 백 78을 들고 나왔다. 만약 이 9단이 백 78때 한 번 더 참았더라도 언젠가 백 78과 같은 패착이 나왔을 것이다.

그만큼 최철한 국수가 흑으로 얼마나 판을 잘 짜는지를 보여준다.

바둑 한판도 사람처럼 운명을 타고 난다. 계속 고생하다가 단 한번의 기회를 잡아 대박을 터뜨리기도 하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면서 승리를 눈앞에 뒀다가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패가망신하는 등 다양한 운명이 바둑판 위에 존재한다.

이 바둑의 운명은 어땠을까. 별로 잘못한 것도 없는데 거스를 수 없는 힘에 속절없이 밀리다가 판을 그르치는 운명이었으리라. 101…88. 소비시간 백 2시간 48분, 흑 3시간 13분. 대국 장소 서울 한국기원 특별대국실. 105수 끝 흑 불계승.

해설=김승준 9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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