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이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이제 그만"

  • 입력 2006년 3월 21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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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다음’에 개설된 카페 ‘민정아 사랑해~’의 캡쳐 화면
21일 ‘다음’에 개설된 카페 ‘민정아 사랑해~’의 캡쳐 화면
9살 소녀 민정이를 향한 누리꾼들의 지나친 사랑과 관심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19일 밤 SBS TV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에서 할아버지의 학대와 가족들의 무관심에 속에 방치된 강원도 원주의 9살배기 민정이의 모습이 방송됐다.

프로그램에는 민정이가 노예처럼 일을 하며 별다른 이유 없이 매를 맞는 모습에 이어 얼굴에 난 상처와 멍자국이 적나라하게 나오기도 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며 “민정이를 아동학대로부터 구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당 프로그램의 홈페이지에는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라”는 요청이 쏟아졌다.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민정아 사랑해~’라는 카페가 만들어져, 개설 이틀 만인 21일 현재 2만 명이 방문하고 18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누리꾼들은 또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요구하는 사이버 서명운동도 벌여 이날 현재 3000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아동학대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SBS ‘긴급출동! SOS 24’의 제작진에게도 전화를 걸어 “후속 보도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긴급출동! SOS 24’의 관계자는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민정이의 사연을 소개해 달라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며 “방송을 제작 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정이의 사연을 최초로 알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의 안진백 PD는 “후속보도를 바라는 목소리가 많아 논의를 하고 있다”며 “민정이는 현재 가족들로부터 벗어나 아동센터에서 안전하게 보호받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나친 관심에 아동센터 측은 우려 ▼

현재 포털사이트 게시판에는 민정이의 얼굴 사진이 잇달아 오르고 있다. 많은 누리꾼들은 ‘인형처럼 귀엽게 생겼다’는 등 민정이에 대해 호의적인 댓글을 남기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민정이를 보호하고 있는 원주시 아동학대예방센터 측은 누리꾼들의 이 같은 관심에 대해 부정적이다.

원주시 아동학대예방센터 관계자는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아이의 안정이 최우선 아니냐”며 “실명이 공개된 상태에서 사진까지 인터넷에 퍼지고 있다. 학교를 다녀야 되는데 차후에 심각하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민정이의 안부를 묻자 그는 “현재 심리검사는 끝났고 전문상담가에게 놀이치료를 받고 있다”며 “우선 우리가 3개월 정도 일시보호를 할 예정이다. 아이가 계속 머무를 것인지 장기시설, 위탁가정, 친인척 보호 등이 이루어질지는 논의를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정보가 많이 노출돼 민정이의 처지가 곤란하다. 과도한 관심을 자제해달라”며 “절대로 아이를 방송에 내보내지 않겠다. 정서적인 안정이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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