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창원]정부 조직개편 아직도 실험 중?

  • 입력 2006년 2월 21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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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정부 조직 운영과 관련해 의미 있는 언급을 하나 발견할 수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2만3000여 명의 공무원이 늘어났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당장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늘렸다” “(인력을) 줄이는 것이 순서가 밀렸을 뿐이지, 궁극적으로는 정부가 군살을 빼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설명이 있는 것. 이유야 어찌됐든 참여정부 출범 후 3년이 지나서야 정부 조직의 군살을 빼야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한 셈이다.

사실은 공무원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노무현 정부 들어 대통령비서실은 서너 달에 한 번꼴로 개편됐다. 조직 개편 실험을 했다고 할까? 이렇게 방만하고 무원칙하게 정부 조직이 운영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첫째, ‘공무원의 자율적 개혁’을 내세우면서 정부 조직과 기능의 재조정을 공무원 스스로 주도하게 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장차관급 공무원만 27명이 늘어 25%가 증가되었고, 작년 7월 기준으로 공무원 인건비는 ‘국민의 정부’와 비교하여 3조4000억 원가량이 늘었다. 2004년도 정부의 세수 부족이 4조3000억 원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공무원 인건비 증가도 세수 부족에 한몫한 셈이다.

둘째, 정부 예산의 두 배 이상을 쓰는 정부 산하단체 및 공기업을 혁신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참여정부에서 산하단체에 대한 혁신의 성과는 보잘것없다. 관료들이 산하단체를 통해 각종 편익을 유지하려는 성향이 있어 정부 산하단체의 군살을 제거하려는 노력은 거의 발견하기 어렵다. 이러한 조직을 줄이지 않는 이유로 정부는 “정부가 먼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장친화적이지 못한 생각이다.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로 만들어지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정부는 기업하기 좋게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다.

셋째, 왜곡된 ‘참여’의 개념 때문이다. 참여정부 출범 후 대통령비서실 인력이 늘어난 것은 참여의 본질 중 하나인 실질적인 시민참여의 확대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 이른바 ‘코드가 통하는’ 권력 중심세력과 시민단체 간부들을 대통령비서실 등에 참여시켰기 때문이다. 이는 ‘끼리끼리의 참여’로 ‘왜곡된 참여’이다.

마지막으로, 위인설관식 조직 개편이 많았기 때문이다. 재작년 5월 신설된 청와대 ‘리더십비서관’ 직은 당시 비서관이 대사로 나가게 되자 단 7개월 만에 폐지되는 등 대통령비서실은 현 정부 출범 후 10여 차례나 변신을 거듭했다. 청와대는 “사회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변하지만 사전에 직무 분석 등 준비도 철저히 하지 못하고 개편의 목표도 뚜렷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참여정부는 청와대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고, 대통령 직속 위원회를 남발해 주요 국정관리를 이들 위원회가 이끌도록 했다. 장차관 수와 일반직 고위 중앙공무원 수를 늘릴 뿐 아니라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행정자치부의 조직과 인원을 확대한 것은 현 정부의 운영이 분권화가 아닌 집권화로 향하게 했다.

참여정부의 수혜자는 공무원이고 그중 고위 관료가 최대 수혜자라는 시각도 큰 무리는 아니다. 이번에 행정개혁시민연합에서 수행한 참여정부에 대한 평가에서 5점 만점에 2.4점이 나왔지만 공무원들은 다른 직업군보다 우호적인 평가를 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정부는 ‘잃어버린 3년’이라는 비웃음이 전체 국민의 시각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길 바란다면 이제라도 ‘코드가 통하는 그들만의 참여’ ‘고위 관료들만의 참여’를 뛰어넘어야 한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개혁시민 연합 정부정책평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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