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화갑 대표의 ‘항변’ 일리 있다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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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갑 민주당 대표는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그제 항소심(2심) 재판에서 징역 집행유예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자 그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도 자신에 대한 재판은 불공정한 기소로 시작된, 형평성에 어긋나는 정치적 재판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자 가운데 유독 한 씨만이 정치 생명을 잃어야 할지도 모르는 단죄(斷罪)의 대상으로 남은 데 대한 그의 ‘항변(抗辯)’에도 일리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인 2002년 3월, 시민단체들이 ‘준법 문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자 “거짓말하는 셈이 된다”며 거부했다. 대통령이 된 뒤인 2003년 7월에는 경선자금과 관련해 “도대체 합법의 틀 속에서 선거를 치를 수가 없었다”며 불법 자금 사용을 사실상 시인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 후보를 상대로 16개 지역 레이스를 완주(完走)한 유일한 인물이다. 한 씨를 비롯한 5명의 다른 경선 후보는 중도 사퇴했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2004년 2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경선자금을 공개하면 정동영은 도덕적으로 죽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야 ‘대통령 재임 중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경선 후보들 가운데는 과연 한 씨만이 유죄일까.

어제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는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며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노 대통령(경선자금)을 조사할 때까지 나의 문제도 대법원에 놔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를 ‘민주당 죽이기’로 규정했다. 우리는 그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정 전 장관 등 다른 경선 후보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가 모두 역사 속에 묻혀 버린다면 이는 ‘법 위의 권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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