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법원의 사법적 판단을 존중한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자 가운데 유독 한 씨만이 정치 생명을 잃어야 할지도 모르는 단죄(斷罪)의 대상으로 남은 데 대한 그의 ‘항변(抗辯)’에도 일리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인 2002년 3월, 시민단체들이 ‘준법 문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하자 “거짓말하는 셈이 된다”며 거부했다. 대통령이 된 뒤인 2003년 7월에는 경선자금과 관련해 “도대체 합법의 틀 속에서 선거를 치를 수가 없었다”며 불법 자금 사용을 사실상 시인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노 후보를 상대로 16개 지역 레이스를 완주(完走)한 유일한 인물이다. 한 씨를 비롯한 5명의 다른 경선 후보는 중도 사퇴했다. 권노갑 전 민주당 고문은 2004년 2월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경선자금을 공개하면 정동영은 도덕적으로 죽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야 ‘대통령 재임 중 형사소추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헌법의 보호를 받고 있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나머지 경선 후보들 가운데는 과연 한 씨만이 유죄일까.
어제 기자회견에서 한 대표는 “대법원에 상고할 것”이라며 “노 대통령 임기가 끝나고 노 대통령(경선자금)을 조사할 때까지 나의 문제도 대법원에 놔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자신에 대한 사법처리를 ‘민주당 죽이기’로 규정했다. 우리는 그 실체적 진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정 전 장관 등 다른 경선 후보들의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가 모두 역사 속에 묻혀 버린다면 이는 ‘법 위의 권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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