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 손으로 ‘優秀의원’ 명찰 단 국회의원들

  • 입력 2006년 2월 2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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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지난해 입법지원비(정책개발비)라는 명목으로 신설해 집행한 예산 100억 원 가운데 일부가 터무니없이 낭비됐다. 국회는 국민 혈세인 이 예산의 일부를 ‘추석 떡값’으로 의원들에게 나눠 줘 말썽을 빚더니 이번에는 평가기준도 모호한 ‘우수(優秀)의원’ 46명을 선정해 한 사람에게 500만 원씩 총 2억3000만 원을 지급한 사실이 드러났다.

웃기는 것은 46명 중 35%인 16명이 국회 상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여야 의원이라는 사실이다. 정무, 재정경제, 통일외교통상, 행정자치 등 8개 위원회의 간사들은 빠짐없이 ‘우수의원’으로 뽑혔다. 상임위원장과 여야 간사들에게 ‘우수의원’을 찾아보라고 했더니 간사들이 제 손으로 ‘우수의원’ 명찰을 새겨 자기 가슴에 단 꼴이다. 어린 아이라 해도 낯간지러워서 쉽게 하지 못할 행동이다.

‘자찬(自讚)의 돈 잔치’ 내용도 기가 막힌다. 여야 간사들끼리 나눠 먹다 보니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소속이 44명이고, 비교섭단체는 2명에 불과했다. 일부 의원은 ‘평기기준이 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농림해양수산위원회는 ‘모든 의원이 최선을 다해 의정활동을 했으므로 우스운 표창에 반대한다. 국회의장이 평가를 요청해도 거절할 것’이라고 결의해 선정에서 스스로 빠져 버렸다.

국회 밖에서 시민단체가 행하는 평가도 평가기준의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라고만 말하기는 어렵다. 가령 ‘농어민 권익옹호’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국익을 위해 농업개방이 불가피하다고 믿는 의원은 뒤지게 마련이다. 또 출석률과 표결참여율도 기준이 되는데, 지역구 의원과 정당의 당직자는 절대로 불리하다.

근본적으로 국회가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스스로 평가하는 것부터가 코미디다. 더욱이 국민 세금으로 ‘상금’까지 주는 것은 ‘예산 훔치기’나 다름없다. 부끄러운 ‘우수의원’들은 상금을 반납하는 용기라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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