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껏 만들어주니…방위사업청 보안 ‘구멍’

  • 입력 2006년 1월 9일 16시 22분


무기 구입을 전담하기 위해 야심차게 출범한 방위사업청이 개청 초기부터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한 보안 사고를 내 군 당국의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방위사업청은 ‘차기 잠수함사업’ 건 외에도 군 3급 기밀에 해당하는 육해공군 전반에 걸친 내용을 게재했다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지난 2, 3일 사이 홈페이지에 합동전략목표 기획서(JSOP: joint strategic objective plan)의 요약본 20여쪽을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군 정보 수사기관은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현재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조사 대상자는 10여명 선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4일 방위사업청 홈페이지에는 2010년부터 2022년까지 모두 3조744억원을 들여 3척의 잠수함을 도입한다는 차기 잠수함 사업 문건이 공개됐다가 삭제됐다. 당시 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4000t급 ‘핵추진 잠수함’을 추진하고 있다는 추론이 일었었다.

이와 관련해 김정일(金炡一·55) 방위사업청장은 9일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비밀에 관련된 것이 홈페이지에 올라간 것은 잘못”이라며 “정보공개와 관련된 심의를 거쳤어야 하는데 실무자가 초기 단계에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핵잠수함 추진 계획이 전혀 없다”며 “핵잠수함은 국제적으로 용인되지도 않고 설사 그런 계획이 있더라도 얘기 할 수도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개발될 SSX계획은) 차세대 (잠수함)이기 때문에 좀 더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부 군사평론가들은 “몇몇 실무자들의 실수로 보기 어렵다”며 “군 당국에서 군민을 상대로 의도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을 홍보했다가 문제가 되자 문건을 삭제한 것이 아닌가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인터넷에는 이번 사안을 실무자의 실수로 보고 군 기강을 탓하는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누리꾼 ‘pantonio’는 “국민의 알권리를 주장하다가 급기하 국가방위 문제까지 노출시키는 한심한 상황이 초래됐다”며 “이번 기회에 보안의식을 바로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누리꾼은 “실무자의 단순 실수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개청부터 유출사고를 내는 것은 긴장감이 결여된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며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은 무기 구매와 군수품 조달 업무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국방부 획득실과 국방조달본부, 국방품질관리소, 육·해·공군 등 8개 기관에 흩어져 있던 방산 업무를 통합해 설립한 조직으로 연간 예산만 8조원에 달한다. 방위사업청은 국방부장관의 감독을 받지만 실질적으로 군의 무기구매를 전담하는 독점적인 권한을 행사한다.


김정일 청장 “조건맞으면 싼제품산다”

김정일(金炡一·55) 초대 방위사업청장은 9일 오는 5월로 예정된 공중조기경보기(E-X) 사업의 기종선정과 관련해 “군에서 요구하는 성능을 충족을 한다면 싼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현재 미국제와 이스라엘제(유럽쪽) 두개가 경쟁을 하고 있는데, 성능 면에서는 미국제가 조금 앞서고, 가격 면에서는 유럽쪽이 조금 싸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미국 보잉사의 조기경보기 E-737을 에쿠스 승용차에, 이스라엘 엘타사의 G-550을 티코 승용차에 빗대면서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100Km로 달릴 수 있다면 에쿠스가 아니라 티코라도 괜찮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성이 상당히 중요하다”며 “미국의 어떤 압력 등에 의해서 무기 구매가 결정된다면 방위사업청 출범의 의미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율곡비리나 린다 김은 없을 것”이라며 “외부의 압력을 과감하게 떨쳐버리고 우리 국익에 맞는 그런 무기 체계를 채택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