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병완 비서실장의 理性잃은 폭언

동아일보 입력 2005-12-08 02:57수정 2009-10-08 16:43
공유하기뉴스듣기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이병완 대통령비서실장은 어제 조선대에서 ‘참여정부가 서 있는 자리’라는 제목의 특강을 통해 “참여정부의 인기가 없는 것은 노무현 정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비토세력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20% 안팎이라는 사실은 이 실장이 언급한 ‘비토세력’뿐 아니라 당초 지지층 가운데 다수가 등을 돌렸음을 말해 준다. 이달 초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에서도 ‘전에는 여당이 좋았지만 지금은 싫다’는 응답이 41.0%에 달했다.

이 실장의 말은 ‘80%의 민심’을 왜곡하고 국민을 모욕한 폭언이다. 원래 노 정권을 지지했다가 철회한 국민들이 ‘비토세력’ 때문에 그런다고 본다면 이는 국민 수준을 얕보고 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이 실장은 정권에 대한 비판세력을 겨냥해 “권력의 착란증세에 빠진, 보수를 가장한 수구·극우세력들이 2007년 기득권을 되찾겠다고 총동원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거꾸로 이 실장에 대해 ‘진보를 가장한 수구·극좌세력’이라고 한다면 수긍할 것인가. 다수의 보수세력은 진보를 가장한 좌파세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나라의 선진화를 가로막기 때문에 이를 보다 못해 뭉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권위주의 정권들이 ‘진보 재야(在野)’를 키웠다. 지금은 정권이 나라를 바람직한 방향과는 반대로 끌고 가려 하기 때문에 ‘보수 재야’가 생겨난 것이다. 이 실장은 이런 점에 대해 자성(自省)해야 할 위치에 있다.

이 실장은 동국대 강정구 교수 문제에 대해 “이런 사람들을 모두 구속해야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바로 서느냐”며 “파쇼체제나 독재국가, 공산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 법무부 장관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친북(親北) 교수 구하기’에 나선 데 대해 60% 이상이 ‘잘못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 이전에, 강 교수가 실정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법원의 ‘법에 따른 판단’을 받아야 한다는 다수 의견이 ‘공산국가에서나 있음직한’ 일인가.

이 실장의 이날 강연 내용은 참여정부가 민심과 동떨어진 곳에 서 있음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이 실장은 자신이야말로 권력의 착란증세에 빠져 있지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




0 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댓글쓰기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당신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
기사 의견 0개의 기사의견이 있습니다.
동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