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 기자의 퀵어시스트]연줄 파괴 모비스의 ‘점프’

  • 입력 2005년 11월 9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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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의 코칭스태프는 대개 이런저런 연줄로 얽혀 있다.

감독과 코치가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라거나 현역 시절 한팀에서 뛴 경우가 많다. 감독은 능력에 앞서 자신과 같은 출신의 코치를 써야 편하다고 보는 경향이 강하다.

어떤 감독은 몇 해 전 코치 두 명을 모두 대학 후배로 뽑고는 “죽든 살든 마음 맞는 놈들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비스 유재학(42) 감독과 임근배(38) 코치는 다르다.

경복고-연세대-기아를 거친 유 감독과 광신상고-경희대-현대에서 선수생활을 한 임 코치는 한솥밥을 먹은 적이 없다.

코트에서 보기 드문 조합인 이들은 1998년 대우증권에서 처음 호흡을 맞춘 뒤 프로농구 최장인 8시즌째 한 배를 타고 있다.

당시 유 감독은 ‘출신성분’보다도 성실하고 친화력이 있는 임 코치의 장점을 높게 봤다.

이렇게 맺어진 이들은 신세기이동통신-SK텔레콤-전자랜드로 소속 구단의 매각이 거듭되면서도 늘 함께했다. 팀 해체설이 나돌 때 유 감독은 다른 구단의 단독 영입 제의도 받았지만 임 코치와의 의리를 생각해 거절했다.

2004년 유 감독이 모비스로 자리를 옮긴 뒤 자연스레 임 코치를 불러들였다.

‘실과 바늘’ 같은 유 감독과 임 코치의 부임 후 모비스의 조직력은 살아났다. 선수들끼리 출신교를 따지며 따로 노는 모래알 같은 분위기는 사라졌다. 유 감독은 다양한 전술과 카리스마로 선수들을 장악했고 임 코치는 맏형처럼 다정하게 선수들을 이끌었다.

모비스는 연봉 상위 15위 안에 드는 스타가 단 한명도 없지만 끈끈한 조직력으로 올 시즌 초반 공동선두에 나섰다. 그것도 부상 선수가 많은 가운데 얻은 수확이라 더욱 값지다.

유 감독과 임 코치는 모두 ‘기러기 아빠’. 유 감독이 5년 전 아내와 두 아이를 미국으로 보냈고 임 코치의 세 가족은 올여름 미국에 갔다.

그래서 ‘동병상련’의 처지라도 된 듯 숙소에서 동고동락한다. 쉬는 날에는 낚시를 다니거나 미혼 선수들과 외식하는 게 즐거움이라고.

최근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87년 만에 우승한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스콧 퍼세드닉은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린 25명의 선수 모두가 같은 줄을 당긴다.”

모비스의 상승세 역시 코칭스태프와 선수가 하나 된 결과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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