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환수기자의 장외홈런]이순철 감독과 LG 살리기

  • 입력 2005년 9월 27일 03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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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순철 감독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다. 계약 기간이 내년까지인데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만 현실이 그렇다.

우선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나서 2년간 바닥을 기고 있는 LG의 나쁜 성적이 징표다. 최고의 관중 동원력을 자랑했던 신바람 야구의 자부심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팀 내 엇박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감독은 “정신무장하라고 2군에 보낸 선수가 재활 군에서 마냥 놀고만 있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선수는 “몸이 안 좋은 걸 어떡하나”라며 꽁무니를 뺀다.

김영수 사장은 “시즌 중 감독 경질은 없다”고 했지만 최고경영자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시즌 중이 아니면 끝난 뒤는 어찌될지 모른다는 얘기인가.

반면 감독 데뷔 동기생이었던 두산 김경문, 롯데 양상문 감독은 올해로 계약 기간이 끝나지만 나름대로 지도력을 인정받아 재계약이 유력한 상태. 국내에선 코치조차 거치지 않은 삼성 선동렬 감독은 정규 시즌 1위에 오른 사상 첫 초보 사령탑이란 영광까지 안았다.

그렇다면 이 감독은 이들에 비해 사령탑으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질문부터가 잘못됐다. 옛날 얘기를 또 꺼내 미안하지만 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을 때 LG의 속사정을 한번 돌아보라. 김성근 감독은 2002년 준우승을 하고도 구단과 마찰로 중도 사퇴했다. 이광환 감독 역시 2003년 한 시즌 만에 현역 감독이 2군으로 내려가는 희한한 경우를 당했다.

이런 최악의 시기에 이 감독이 맡았으니 제갈공명인들 별수가 있을까. 그러고도 성적이 나쁘면 경질 소문만 무성했다. ‘감독은 파리 목숨’의 원조 격인 삼성이 2000년대 들어선 김응룡 선동렬 감독과 5년 장기계약을 하고 팀을 통째로 맡겨 성공시대를 연 것과는 정반대다.

감독을 희생양으로 삼아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지만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결국은 죽도 밥도 안 되면 어쩔 것인가. 선수 시절에는 개성 강한 해태 선수를 결집시킨 군기반장으로, 코치가 된 뒤에는 차세대 유망 지도자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이 감독. 그에게 제대로 된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는 게 그를 기용한 LG의 책임이 아닐까.

장환수 기자 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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