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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5년 9월 12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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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씀씀이를 흉보고 욕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부자들이 돈을 쓰지 않는다고 걱정한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적절히 돈을 써줘야 생산도 고용도 나아진다. 지금처럼 민간소비와 기업투자가 계속 부진하다면 장기불황 우려를 씻기 어렵다. 최고경영자(CEO)들로 구성된 한국CEO포럼이 7월 중 회원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에 진입하는 중이거나 이미 진입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의 70%나 됐다.
▷2003년까지 경기부진에 허덕이던 미국은 민간의 소비심리를 매우 중요하게 취급했다. 미국경제의 3분의 2 이상이 민간소비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예측력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매달 소비자 신뢰지수 등이 발표될 때면 정부, 기업은 물론 증권시장까지 긴장하며 주가가 영향을 받는다. 한국도 1988∼2002년 경제성장률 중 소비가 기여한 몫이 64∼66%이어서 미국과 비슷해졌다.
▷지난주 말 발표된 통계청의 소비자 기대지수는 94.8로 기준치 100을 밑돌았다. 6개월 후의 경기나 생활형편, 소비지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는 가구가 낙관적인 가구보다 많다는 의미다. 다행히 월평균 소득 400만 원 이상 계층의 경우는 올 2월 이후 8월까지 계속 100을 웃돌았다. 하락세이긴 하지만 연초의 ‘애국소비’가 남아 있는 듯하다. 소비를 늘리려면 부자들이 먼저 지갑을 열어야 한다. 이들의 소비심리를 안정시키는 것이 더욱 절실해졌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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