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범석/음반 광고하는 일본, 그러나 한국은 지금?

  • 입력 2005년 9월 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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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아 뉴 싱글, 메이크 어 시크릿.’

토요일인 3일 오후 도쿄(東京) 시부야 거리. 젊은이들의 거리로 불리며 일본발(發) 패션과 유행을 창조하는 곳이다. 이 번화가에서 단연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한 건물 외벽에 걸린 한류(韓流) 스타 보아의 새 싱글 음반 홍보 현수막. 바로 옆 건물 옥상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인기 여가수 나카시마 미카(中島美嘉)의 새 싱글 ‘글래머러스 스카이’의 뮤직비디오가 현란하게 흘러간다. 같은 시간 도로에는 5인조 힙합 그룹 ‘립 슬라임’의 앨범 재킷을 붙인 대형 홍보용 트레일러가 달리고 있었다. 세 음반은 지난달 31일 동시에 발매됐다.

시부야의 대형 음반매장인 ‘HMV’의 한 직원은 “매주 수십 명의 가수들이 새 음반을 발매하면서 광고 전쟁을 벌인다”며 “인기가수, 신인가수 할 것 없이 건물 외벽, 대형 버스, 옥외 전광판 광고로 거리를 가득 메운다”고 말했다.

일본 대중가수들에게는 음악 외에 ‘제2의 전쟁’이 바로 광고다. TV에도 새 음반 광고가 끊임없이 방영된다. 음반사들은 신곡 발표 1, 2개월 전부터 CF 배경음악으로 신곡을 삽입해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일본의 대중음악 인기 순위표인 오리콘 차트는 100% 음반 판매량만 집계한다. 일본의 대중음악 종사자들이 음반 광고에 집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6월 집계된 상반기 일본 오리콘 차트를 보면 5인조 밴드 ‘오렌지 렌지’의 음반이 250만 장 팔린 것을 비롯해 100만 장 판매를 넘긴 음반이 5장이다. 경제규모를 감안하더라도 상반기 최고 히트 앨범인 그룹 ‘SG워너비’의 ‘살다가’의 판매량이 겨우 38만여 장인 한국과는 사정이 사뭇 다르다.

가수 비의 도쿄 부도칸(武道館) 콘서트 티켓 2만 장 매진, 보아의 베스트 음반 판매 100만 장 돌파…. 일본에서 확인하는 한국 가수들의 파워는 놀랍다. 그러나 정작 국내 음반시장은 좀처럼 ‘불황’이란 수식어를 떼지 못한다.

한국의 음반 관계자들은 “광고를 해도 MP3에 젖어 있는 누리꾼들에게 음반이 먹힐 리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 대중음악계는 언제까지 불법 내려받기 탓만 하며 넋을 놓고 있을 것인가. 일본 대중음악계의 치열한 마케팅이 시사하는 것은 분명 ‘상술’ 그 이상이다.<도쿄 시부야에서>

김범석 문화부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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