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정은]‘언론탓’ 비판하던 야당의 ‘언론탓’

  • 입력 2005년 9월 2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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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연정 이야기를 하면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는 것만 뉴스에 나옵니다. 우리 당이 경제를 살리기 위해 소득세며 부동산 대책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는데도 부각을 안 시켜요.”

한나라당 강재섭(姜在涉) 원내대표는 1일 상임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언론이 확성기로 목소리를 높이는 노 대통령 중심으로만 보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달 30∼31일 강원 홍천군 대명비발디파크에서 열린 당 연찬회에서 고성이 오갔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본질적인 큰 흐름은 보지 않고 일부분만 부각시키고 있다. 모든 합일점을 찾았는데 무슨 분란이 있었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얼굴을 찌푸렸다. “언론이 개그콘서트를 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언론보도 때문에 한나라당이 내홍(內訌)을 극복하지 못한 채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슈에 끌려 다니는 정당처럼 보인다는 불만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달 연찬회에서 적지 않은 의원들은 “당이 연정 제안에 무대응으로 일관할 뿐 대책이나 전략이 없다” “수비 일변도의 대책으로는 게임에서 이길 수 없다”는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그렇다고 한나라당이 외치는 민생과 경제 정책이 척척 추진되는 것도 아니다. 한 당직자는 “박근혜(朴槿惠) 대표가 열심히 민생 현장을 돌아도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집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2월부터 당 혁신을 부르짖고 있으면서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될 때까지 결론을 못 내린 것이야말로 개그가 아닐까. 당 혁신안에 대해 수차례의 논의와 공청회를 거치고도 연찬회에서 결론을 못 내리자 “연찬회는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는 공청회였다”고 변명했다.

이 때문에 당장 1일 상임위 회의부터 “연찬회에서 지도부의 혁신안 처리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런 한나라당이 뒤엉킨 당내 갈등을 짊어진 채 민생에 다걸기(올인)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의 언론 탓을 들으며 “노 대통령이 실정(失政)을 해놓고도 언론에 책임을 돌린다”고 비판해 온 당이 미워하며 배워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민망하다.

이정은 정치부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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