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부동산 必敗’ 장담할 수 있나

  • 입력 2005년 9월 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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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어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서 “투기는 이제 끝났다”고 선언했다. 또 “부동산 거품을 제거해 시장을 반드시 정상화시킬 것이며 ‘부동산 투기 필패(必敗)’라는 사회적 믿음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직(職)을 걸겠다”는 말까지 했다.

‘8·31대책’은 무거운 세금으로 부동산 가수요(假需要)를 억누르고, 신도시 등의 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는 것이 골격이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함께 인상한 것은 징벌적(懲罰的) 성격을 띠고 있다. 또 서울 강남에 오래 살다 보니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고가(高價) 아파트를 갖게 된 주민들에 대해서까지 투기꾼과 한통속인 양 ‘초정밀 유도 세금폭탄’을 때리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이다.

정부는 넘치는 시중자금과 행정중심 복합도시 개발 등이 부동산 파동의 주요 원인이라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대책을 만들면서 ‘부자와 가난한 자’ ‘강남 거주자와 비(非)강남 거주자’ 등으로 편 가르기를 하고 가진 자의 부(富)를 빼앗아 나눠 준다는 개념을 노골적으로 반영한 것은 문제다. 정치적 포퓰리즘 색채가 짙은 정책의 후유증이 우려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도심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서울의 송파구 거여지구 국공유지 200만 평에 5만 가구짜리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등 당초보다 확대된 내용이다. 주택 수요는 현재형이고 신도시 건설은 미래형이어서 시차가 적지 않으므로 수요관리와 개발지구의 투기억제 조치가 꼭 뒤따라야 한다. 또 ‘판교 로또’ 사례에서 보듯 중대형 평형에 대한 높은 수요를 무시하면 강남 등 기존 중대형 아파트 등에 대한 가수요를 또 키울 수 있다. 세심한 보완대책이 필요하다.

한 부총리가 시인했듯이 과거 부동산 정책들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했고 투기는 잠시 숨었다가 다시 튀어나오기 일쑤였다. 이번 대책에 대해서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란 반응이 있다니 일관성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관건이다. 한 부총리는 2003년 ‘10·29대책’ 이전 수준으로 집값이 떨어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지만 시장 여건이 바뀐 마당에 정책효과를 가격으로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부동산 문제에 코가 꿰인 정부가 투자 촉진과 활력 넘치는 경제 창출이라는 현안에 몰두하지 못하는 현실이 더 큰 문제다. 정부는 투기꾼 핑계는 그만 접고 부동산 파동을 낳은 주변 부동(浮動)자금이 생산부문으로 흘러가도록 물꼬를 트는 데 더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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