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언론사 논설·해설 책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노 대통령은 연정 구상의 핵심은 선거제도 개편이며, 한나라당이 이것만 받아들이면 다른 조건은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 선거법 개편은 개별 정치인의 이해관계와 직결되는 ‘게임의 룰’로서 다수결로는 안 되고 정당 간 합의가 필요한데, 한나라당이 영남 기득권에 안주하려 하니 대연정을 제의하고 2선 후퇴까지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지역주의 기득권을 내놓아라. 흔들지만 말고 책임도 져 봐라”는 것이 연정 제의의 핵심적 메시지라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한나라당이 이러한 자신의 주문에 응답을 하지 못하는 한 정치적 수세(守勢)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드러냈다.
자신은 ‘연정 어젠다’를 계속 끌고 가고, 한나라당은 이를 덮을 만한 유효한 의제를 내놓지 못한 채 수동적으로 반대만 하면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 여권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읽힌다. 판을 크게 흔들어야 정계의 지각변동을 꾀할 수 있다는 전략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은 지는 듯한 카드를 내밀고 끝까지 몰고 감으로써 끝내 판을 바꾸는 성과를 거둬 왔다. 따라서 이번의 연정 카드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정치권 일각의 시각은 충분한 시사점을 갖는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점차 내부 충돌이 있을 수 있고,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결국 대통령의 전략전술에 동승(同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임기 단축’이나 ‘2선 후퇴’ 발언을 낳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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