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화제! 이사람]이원희 꺾고 태극마크 김재범

  • 입력 2005년 7월 30일 03시 11분


코멘트
거칠것 없는 스무살“친구들하고 놀러 가고 싶지 않느냐고요? 그건 나중에 해도 되지만 운동은 지금 아니면 영원히 할 기회가 없어요.” 연습벌레 김재범. 그는 잘 때도 유도 꿈을 꾼다. 신원건 기자
거칠것 없는 스무살
“친구들하고 놀러 가고 싶지 않느냐고요? 그건 나중에 해도 되지만 운동은 지금 아니면 영원히 할 기회가 없어요.” 연습벌레 김재범. 그는 잘 때도 유도 꿈을 꾼다. 신원건 기자
“제 신조가 ‘죽을 순 있어도 결코 질 순 없다’입니다. 그래서 모든 선수가 다 무섭습니다. (이)원희 형은 그중 한 사람일 뿐입니다. 물론 원희 형이 나보다 실력이 한 단계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분명 내가 우승했는데 왜 언론에선 ‘이원희가 졌다’고 하고 원희 형만 인터뷰하는지 이해가 안 가요.”

한국유도에 ‘물건’이 나타났다. 김재범(20·용인대). 그는 14일 세계유도선수권대회 대표 최종선발전 남자 73kg급에서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이원희(24·KRA)를 울리고 당당히 대표가 됐다. 그는 한마디로 유도에 죽고 유도에 사는 ‘연습벌레’.

장대비가 쏟아지는 28일 태릉선수촌에서 그를 만났다. 앳된 얼굴. 일그러진 양 귓바퀴. 그는 아테네 올림픽 최종선발전 결승에서 이원희에게 패한 이래 그와 6번 맞붙어 3번 이기고 3번 졌다.

“아테네 올림픽 때 원희 형의 기술은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뛰어났습니다. 그때 전 그냥 2등으로 만족하고 있었는데 ‘과연 나도 저만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났습니다.”

김재범은 원래 이원희의 훈련 파트너.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도 태릉선수촌에서 연습 상대로 훈련을 같이하며 이원희의 올림픽 금메달 획득에 일조를 했다. 하지만 이원희는 결과적으로 호랑이 새끼를 키운 셈. 김재범도 자신은 결코 ‘제2의 이원희’가 아니라 ‘제1의 김재범’이라고 말한다. 요즘엔 9월 이집트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하루 24시간이 금쪽같습니다. 오전 5시 30분∼7시 30분 체력훈련, 오전 10시 30분∼낮 12시 웨이트트레이닝, 오후 3∼5시 실전훈련을 마치고 저녁엔 한 시간 정도 또 개인훈련을 합니다.”

김재범의 고향은 경북 김천시. 1남 2녀 중 막내. 운수업을 하는 부모와 누나들이 그를 뒷바라지해 왔다. 김천 서부초등학교 2학년 때 유도를 시작해 김천 중앙중, 포항 동지고를 거쳤다. 평소 체중은 76kg(키 178cm) 정도. 감량에 부담이 없다. 안다리걸기에 자신. 컴퓨터게임은 운동에 방해될까봐 얼씬도 안 한다. 취미는 별로 없다. 스트레스는 음악을 듣거나 친구들과 휴대전화(한 달 통화료 18만 원)로 수다를 떨며 푼다. 애창곡은 플라이 투 더 스카이의 ‘가슴 아파도’. 여자 친구는 있을까.

“나중에 어떻게 될지는 몰라도 일단 결혼 상대로 마음에 점 찍어둔 착한 여자가 한 명 있습니다. 하지만 우선 유도부터 잘해야죠. 유도는 잠시라도 긴장을 풀면 한순간에 한판으로 나가떨어지거든요.”

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 mar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