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것이 저온현상인가?" 기상청 비난 봇물

  • 입력 2005년 7월 25일 16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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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계속되자 올 여름 ‘저온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보한 기상청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기상청은 지난 5월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 여름은 국지성 호우가 잦고 이상저온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계절예보를 발표했다.

기상청은 또 올 여름 고온경향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며 “여름철 중반에는 차가운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영향으로 저온현상을 보이고 7월 후반에는 티베트 고기압과 오호츠크해 고기압의 발달로 집중호우의 가능성이 있겠다. 강원도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저온현상을 보일 때가 있겠으며 7월 평균기온은 평년(19~26℃)보다 낮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장마가 끝난 뒤 연일 30℃를 오르내리는 찜통더위 속에서 탈진, 돌연사 등 사고가 속출하자 누리꾼들은 기상청 홈페이지에 “잘못된 예보 때문에 폭염에 미리 대비할 수 없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누리꾼 ‘탈진직전’은 “아기는 땀띠로 잠도 제대로 못자고, 낮에는 숨이 꽉꽉 막혀 일하기가 힘들다”며 “지난번 기상청의 발표 후 구매했던 에어컨을 해약하는 바람에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깡통’도 “저온현상 예보로 올해는 더위가 비켜가는 줄 알았다”며 “여름이 되기 전에 냉방용품을 사려했으나 덥지 않다는 말만 믿고 구매하지 않아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지난 2월 미 항공우주국(NASA) 고다르우주연구소의 제임스 한센 박사가 발표한 “지구온난화와 엘니뇨현상으로 인해 올해가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용헌’은 “NASA에서 100년만의 무더위가 올 것이라고 말했는데 왜 우리나라 기상청은 ‘이상저온발생’이라고 엉뚱하게 발표한 것이냐”고 반문했다.

‘왜몰라’는 “100년만의 무더위가 온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기상청은 거꾸로 7월 달에는 영동 동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저온현상이 나타난다고 예보했다”며 “이게 기상청이 말하는 저온현상이냐”고 꼬집었다.

일부 누리꾼들은 “잘못된 보도로 인해 국민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며 기상청의 공식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기상청 기후예측과는 “7월 상순 11~14일간 일시적인 저온현상이 잠깐 있었지만 여러 가지 변수로 예상보다 빨리 끝났다”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18일 장마가 끝난 뒤 24일까지 일주일간 평년기온(전국 평균 20~27도)보다 2~4도 높은 찜통더위가 나타난 데 이어 이번 주에도 평년보다 1~2도 가량 높은 기온이 유지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또 이번 더위가 100년만의 더위는 아니라고 밝혔다.

기후예측과는 “올해 7월 현재 전국 평균기온은 24.6℃로 평년(24.0℃)보다 0.6℃ 높은 전형적인 여름철 무더위 정도로 100년 만의 무더위가 아니다”며 “8월 예상기온도 평년과 비슷할 것이고 100년 만의 무더위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관측 사상 최고 무더운 여름기온을 기록했던 지난 94년의 같은 기간 평균 여름기온은 28.6℃(평년보다 4℃ 높은 기온)였다.

▽‘100년만의 무더위’ 언론보도 진실은…

NASA의 핸슨 박사는 지난 2월 “올해 전체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기온관측을 시작한 19세기 후반 이래 가장 높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다.

국내 대부분 언론사들은 핸슨 박사의 발표에 ‘기상청, 한반도, 여름’이라는 단어를 추가한 뒤 “기상청이 한반도의 올 여름 날씨는 100년 만에 가장 더울 것이라고 발표했다”고 일제히 왜곡 보도했다.

보도를 접한 국민들이 더위를 걱정하며 술렁이자 기상청은 지난 5월 “올 여름에 더위가 일찍 사라지고 오히려 저온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하지만 일부 국민들은 언론보도를 (기상청에서 발표한 것으로)믿고 기상청이 말을 바꾸는 것으로 생각해 “기상청이 예보를 또 다시 뒤집어 발표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오해를 받은 기상청은 6월 16일 홈페이지에 ‘100년만의 무더위 언론 보도에 대한 유감’이라는 제목의 해명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100년만의 무더위 보도는 핸슨 박사의 말을 국내 언론이 재인용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 2월 100년만의 무더위가 올 것이라는 외신 인용보도로 에어컨 판매가 크게 늘었으나, 이후 기상청이 거꾸로 저온현상이 있다고 예보하자 에어컨 판매량은 급격히 떨어지고 대신 선풍기가 많이 팔리기도 했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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