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장강명]마녀사냥식 부동산대책 구상하나

  • 입력 2005년 7월 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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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9층 대회의실. 이해찬(李海瓚) 총리는 이날 경제민생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부동산 투기를 ‘사회적 범죄’라고 몇 차례나 말했다.

“10%도 안 되는 사람이 집을 2, 3채 소유해서 문제가 발생한다. 아파트 투기 불로소득은 국민경제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부도덕한, 사회적 범죄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겠다.”

이 총리는 또 “다른 사람의 필수품을 놓고 게임을 벌이는 가장 나쁜 경제행위”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나아가 “부동산 소유 상태와 부동산 매매에서의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하면 국민이 매우 놀랄 것이다. 모든 것을 다 드러내 놓고 원칙대로 가야 한다”고까지 말했다.

총리가 말한 자료에 어떤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기자는 이 말을 들으며 좀 생뚱맞다는 느낌이 들었다. ‘부동산 가격 급등은 극히 일부 지역의 문제’라는 것이 여태껏 이 총리의 소신이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17일 방송기자클럽 대담에서도 이 총리는 “부동산 가격 급등은 극히 일부 지역에서 실제 매매 없이 호가(呼價) 위주로 이뤄지는 것이며 대부분의 지역은 가격이 안정됐다”고 말했다. ‘극히 일부 지역에서, 호가 위주로 이뤄지는 행위’를 잡기 위해 온 국민을 놀라게 하겠다는 셈이 된다. 이는 모기를 보고 칼을 뽑는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시간을 두고 총리의 말을 차분하게 곱씹어 보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도대체 어떤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 전 국민의 경각심을 일깨우겠다는 것인지, 행여 마녀사냥 하듯 희생양을 만들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가진 자에 대한 증오심을 부추기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만 초래하지 않겠는가.

오히려 이 총리가 이날 언급한 모두(冒頭) 발언의 한 대목에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열쇠가 숨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도권에 자기 집 없는 사람이 절반이고, 집을 소유한 사람도 한 채만 가진 이가 대부분이다. 이분들이 소외감이나 불안을 느끼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하다.”

장강명 정치부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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