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개방 거부한 북한경제의 참담한 현실

  • 입력 2005년 7월 6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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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조선중앙방송은 3일 “덕천 순천 북창 등지의 대형 탄전들이 상반기 생산계획을 성과적으로 끝냈으며 지난해와 비교해 1만수천t의 석탄을 더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석탄 1만t의 국제가격은 56만 달러(약 5억9000만 원) 정도다. 서울 강남의 30평형대 아파트 한 채 값도 안 된다. 북한은 이 정도의 증산 실적을 자랑하고 있다. 같은 날 미국 LA타임스는 장문의 르포기사를 통해 “북한 3위의 항구도시인 청진의 산업시설은 오래전에 가동을 멈춘 채 녹슬고 있다. 그나마 가동 중인 공장의 근로자들은 한 달에 겨우 1달러(약 1053원)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당국은 2002년 시장경제 요소를 제한적으로 도입한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고리대금업, 도소매업, 유흥업 등 새 직업군이 등장하기도 했다. ‘분홍치마와 빨간 장화’가 부(富)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등 부분적인 변화도 나타났다(본보 4일자 보도). 그러나 생산능력이 뒷받침되지 않아 물가 앙등을 비롯한 부작용이 커졌다. 쌀 1kg의 가격이 3월 현재 850원으로 7·1조치 이전에 비해 17배나 폭등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들은 북한이 올해 1990년대 중반과 맞먹는 대기근을 맞을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자력에 의한 농업 생산 증대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농법개발과 토양관리 등에 총체적으로 실패해 메추리알만 한 감자, 한 줄기에 한두 개밖에 달리지 않은 옥수수 등을 생산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남북한 20대 초반 세대의 키 차이가 6cm라는 조사 결과가 나와 있다. 지금과 같은 식량난이 계속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달 철책선을 뚫고 남하한 북한 병사는 키가 150cm, 몸무게가 45kg이었다.

개방과 연계되지 않은 제한적 개혁으로는 북한 경제를 살릴 수 없음이 더욱 확연해지고 있다. 북한경제가 회생하려면 개방을 통한 외부 지원이 필수적이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공급 파이프라인을 막아 놓은 채 7·1조치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경제 왜곡현상을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개방이 지연되면 될수록 주민들의 고통과 불만은 커지고, 북한당국의 통제능력은 약화될 것이 뻔하다. 북한 당국은 핵무기가 아니라 자발적인 개방으로 체제의 안전을 꾀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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